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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올림픽 중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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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특히 올림픽은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와 올림픽의 여러 속성 중 하나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 응원을 넘어 다양한 국가와 종목의 선수들이 빚어내는 환희의 드라마도 함께 즐긴다.

그런데 국내 방송사들의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는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양궁이나 사격 같은 메달 유망 종목은 여러 채널에서 중복 편성하기 일쑤다. 시청자들은 선택권이 빼앗긴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종목과 국가의 경기를 보여주는 해외 중계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방송 3사가 합계 440억원이라는 거액의 중계권료를 한국 선수단의 활약상만 중계하려고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복 편성을 지양하고 다양한 올림픽 경기를 즐기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일부 올림픽 중계진이 양성평등과 인간존중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차별적 막말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자 역도 경기 중계 중에 “남자선수도 아니고 여자선수가 이렇게 한다는 건 대단합니다”라고 하고 다른 나라 여자 유도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성차별적인 막말까지 했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오죽하면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빙’이란 제목으로 이런 무례한 사례를 모으는 곳이 인터넷에 생겼겠는가.

올림픽에서 나라를 대표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남녀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들은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과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긴 결과 국가대표 선수로서 리우에서 뛰고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것은 스포츠와 미디어의 품격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행위다. 방송사는 막말 중계인들을 솎아내야 한다.

시대는 저만치 앞서 가는데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해야 할 미디어가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올림픽이 끝나면 각 스포츠 협회가 내부 성평등 교육을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스포츠인은 자라나는 청소년의 거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