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손흥민, '아픔의 땅' 브라질에서 또 눈물 펑펑

중앙일보

입력

톡파원J 박린입니다.

2년 전이었어요. 2014년 6월 24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한국은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했어요. 손흥민 선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라운드 사방팔방을 뛰어다녔지만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어요..

당시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 선수는 "제 월드컵 데뷔 골은 중요하지 않아요. 팀이 진 게 마음이 아파요"라며 서러움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어요. 손흥민 선수는 벨기에와 3차전에서 0-1로 패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에는 더 많은 눈물을 쏟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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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온두라스와으 8강전에서 패배한 뒤 손흥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년이 흘렀어요. 손흥민 선수는 '아픔의 땅' 브라질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1로 졌어요. 손흥민 선수는 슈팅 8개를 몰아쳤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고, 후반 15분 실점의 빌미가 되는 패스미스를 저질렀어요. 온두라스의 시간끌기용 침대축구에 당했어요.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무릎을 꿇은 손흥민 선수는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았어요. 동료들이 부축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다시 주저앉았어요. 아쉬움을 견디다 못해 그라운드에 '큰 대(大)자' 로 드러눕기도 했죠. 손흥민의 눈물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 멈추지 않았어요.

경기 후 믹스트존에 만난 손흥민 선수의 눈은 2년 전처럼 퉁퉁 부어 있었어요. 서러움이 가시지 않은 듯 손흥민은 울먹이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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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에 나온 손흥민.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박린 기자

"제가, 경기를 망친 것 같아, 국민들께 너무 죄송해요. 너무 미안해서, 동료들의 얼굴도 못 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심판에 항의한 건 조금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국민 여러분들 실망이 크시겠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비난을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2년 전 A대표팀 막내가 흘리는 아쉬움의 눈물이었다면, 이번엔 올림픽팀 고참의 책임감을 담은 눈물이었어요. 이번 대회를 앞두고 "2년 전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던 손흥민의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경기장에서 만난 안정환 해설위원은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놓친 손흥민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는 공격수의 숙명이다. 메시(아르헨티나)도 네이마르(브라질)도 골을 못 넣으면 욕을 먹는다. 이겨내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손흥민 선수는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처럼 '울보'에요. 호날두처럼 정말 지는 걸 싫어해요. 호날두는 유로2016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요. 아픈 만큼 성숙할 손흥민 선수도 언젠가 호날두처럼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오겠죠?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 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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