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우2016] 넘어지고 신발 벗겨져도…나는 멈추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기사 이미지

모 파라는 남자 1만m 결선 경기 도중 다른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뒤 끝까지 달려 우승했다. [리우 신화=뉴시스]

남자 육상 중·장거리 스타인 모 파라(33·영국)가 불운과 싸워 금메달을 따냈다.

영국 1만m 장거리 육상스타 파라
3600m 지점서 넘어졌지만 투혼
2위 0.47초 차 꺾고 2연속 금메달
장애물 3000m 에티오피아 디로
신발 찢어져 800m 맨발 레이스
허들·웅덩이 넘고 완주 박수 세례

파라는 14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만m 결승에서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파라는 3600m 지점 곡선 주로에서 미국의 갤런 럽(30)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레이스가 중단될 수도 있는 사고였다. 34명이 함께 달린 레이스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순위가 뒤로 밀렸지만 파라는 엄지를 들어올리며 럽을 향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시 일어난 파라는 침착하게 레이스를 이어가며 경쟁자들을 한 명씩 제쳤다. 마지막 2바퀴를 남겨놓고는 마침내 선두에 섰다. 이후 파울 타우니(케냐)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친 파라는 마지막 200m에서 무섭게 스퍼트했다. 파라의 강렬한 질주에 5만여 명의 관중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27분5초17에 결승선을 통과한 파라는 타우니(27분5초64)를 0.47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런던 대회에 이어 1만m 2연패에 성공한 것이다.

파라는 “넘어지는 순간 내 꿈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며 빨리 일어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년 전 낳은 막내 딸 리하나에게 리우 올림픽 메달을 걸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이스 내내 나 자신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파라는 “넘어졌을 때 럽이 나를 도와주려고 했다. 난 그를 탓하지 않는다. 그는 진정한 스포츠맨”이라고 치켜세웠다. 럽은 5위(27분8초92)를 차지했다.

소말리아 출신인 파라는 내전 때문에 지부티로 피란을 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이주했다. 13세 때 배운 육상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2관왕에 오르면서 스타가 됐다. 그가 올린 광고 수익은 총 1000만 파운드(143억원)나 된다. 트위터 팔로워도 126만명이 넘는다.

앞서 열린 여자 3000m 장애물 예선 3조 경기에서는 에테니시 디로(25·에티오피아)의 투혼이 갈채를 받았다. 세계랭킹 4위인 그는 1000m 구간까지 1위를 달렸다. 그러나 2200m 구간에서 뒤따라오던 선수가 넘어지면서 함께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힘껏 뛰었지만 오른쪽 신발이 찢어진 상태였다.

디로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헐거워진 오른발의 운동화를 벗어던졌다. 몇 걸음 더 가서는 양말까지 벗어버렸다. 이후 그는 허들과 물웅덩이 등의 장애물을 맨발로 뛰어넘었다. 왼발에는 운동화를 신었고, 오른발은 맨발이어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더웠지만 디로는 죽을 힘을 다해서 남은 800m를 뛰었다.

디로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은 9분34초70이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이 종목 5위에 올랐던 그는 리우 예선에선 전체 24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 메달 획득을 꿈꿨던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디로는 트랙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IAAF는 충돌 상황을 판독한 끝에 디로에게 16일 결선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리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