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님 죄송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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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남 대흥사의 서산대사 사리탑을 비롯한 중요 문화재 도난사건은 또 한번 사찰소장 문화재 관리보존의 허점을 드러냈다.
우선 서산대수의 사리탑 및 진영 도난은 조선조의 우뚝한 역사적·종교적 인물인 그의 정신과 뼈를 잃은 셈이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많은 불교사찰은 찬란한 소장문화재를 앞세워「관광사찰관람료」라는 것까지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도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찰은 까맣게 모른 채 도굴범들의 조롱기 어린 사후연락을 받고 버린 물건이나 챙기거나 도난시점조차 명확히 파악치 못했다. 또 대흥사 소장인 다성 초의 선사의 진영 도난에는 전임 주지가 직접 관련됐던 것으로까지 알려져 있다. 대개의 경우 사찰은 사건화에 따른 불이익을 두려워 한 나머지 경찰에 신고해 도난품을 되찾으려는 노력조차 거의 않는다.
경찰 역시 불교계와 지역사회에 소문이 파다한 「도난사실」을 번연히 알았음직 한데도 전혀 능동적인 범인추적이나 수사를 하려하지 않았다.
사찰과 경찰 모두 핑계는 있다. 도난 문화재들이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며 적극적인 신고가 없었다고….
문공부는 안보의 상징적 방패인 호국정신을 선양키 위한 역사적 현장 장엄의 하나로 서산대사가 제형된 대흥사 표충사를 79년 성역화하고 거액의 국고예산을 투입, 유물전시관까지 건립했다.
정부당국은 표충사 성역화사업을 할 때 마땅히 최근 도난 당한 서산대사의 사리탑과 진영, 유품인 백금십자가, 초의 선사 진영, 불후의 걸작으로 알려진 명부전 탱화 등을 국보나 보물로 지정해 보호의 격을 강화했어야 했다.
문공부 문화재관리국은 1년에 한번씩 불교사찰 주지스님들을 모아 사찰문화재 보존책을 시달하고 강의를 하는 정도다.
거듭 강조돼 온 사찰문화재보존 강의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5천년문화재의 절반이상이 불교문화재라는 점을 당국과 국민 모두가 새삼 인식, 아끼고 가꾸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이은윤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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