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리우와는 다른 느낌, 계획된 수도 브라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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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파원J 축구 스토커 김지한 기자입니다.

한국 축구의 리우 올림픽 8강 진출 성지가 된 곳, 브라질리아는 브라질의 다른 도시와는 남다른 면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등 해안을 따라 밀집돼 있던 인구를 내륙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1960년부터 브라질 수도가 된 브라질리아는 세계적인 계획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가 되기 전만 해도 황량한 고원 지대였던 브라질리아는 1956년 주셀리노 쿠비체크 당시 대통령에 의해 5년 만에 완성된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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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 김지한 기자

그만큼 도시 곳곳엔 비교적 새롭게 지어진 듯한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도인 만큼 대통령궁, 의회, 국립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건물들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들을 단 한 사람이 설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아시는지요? 바로 브라질의 건축 거장 故 오스카 니마이어(1907~2012)가 만든 건물들입니다.

니마이어는 주로 콘크리트 재료를 이용해 독특한 조형미를 창조해낸 건축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브라질의 주요 공공시설과 미술관, 박물관 뿐 아니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UN) 본부 건물 설계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도 니마이어의 유산을 가장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브라질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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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 국립 박물관. 김지한 기자

낮고 길게 이어지는 건물 위에 돔을 올리고 옆에 거대한 접시를 얹어놓은 듯 올린 조형물이 돋보이는 상·하원 의회 건물, 거대한 가시면류관을 형상화한 듯한 대성당, 콘크리트 기둥·천장과 유리 벽면의 조화가 눈길을 끄는 팔라시우 두 플라나우투(대통령궁), 마치 우주선이 엎어져 지상에 내려온 듯한 느낌을 주는 브라질 국립박물관 등 대부분의 건물이 니마이어의 손을 거쳤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를 느낄 수 있다면 브라질리아에선 니마이어를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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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질리아의 상·하원 국회의사당. 김지한 기자

1930년 리우 국립예술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니마이어는 1936년 브라질 교육보건성 건물 설계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건축가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니마이어는 쿠비체크 대통령이 "이 나라의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려는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았고 한 도시에서 필생의 역작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니마이어의 건축물뿐 아니라 대사관, 금융·상업센터, 문화시설 등 현대적인 빌딩들이 들어선 브라질리아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됐습니다. 도시 전체에 남긴 거대한 건축 유산의 힘을 브라질리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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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에 위치한 브라질 국립 도서관. 김지한 기자

그러나 불안한 정국 탓일까요? 거리와 담벼락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낙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는 물러나라' '룰라 (전 대통령) 2018'. 올림픽 폐막 후인 25일 브라질 상원 전체회의 최종표결을 통해 가려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최종 탄핵 여부를 앞둔 브라질의 단면도 일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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