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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질문과 답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의정단상에서 국무위원과 야당의창사이에 벌어진 옥신각신으로 국회가 유회되었던 사태는 다행히 뒷마무리가 되었다.
당초 예정대로 국회가 제모습을 찾은 것은 잘된 일이지만 이번 사태는 국회에서의 질의·답변의 성실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국회에서의 질의·답변은 법정에서의 증언과 같은 성격의 것은 아니다. 설혹 성실치 못한 답변을 했다고 해서 법적인 처벌이나 제재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회에서의「말」은 정치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발언을 법조문으로 따져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곡을 찌른 질문일수록 답변에 곤혹을 느끼는 것은 비단 국회에서의 경우만이 아니다. 일상 대화에서도 그런 일은 흔히 일어날수 있다.
더우기 한마디 『아차』 실수로 엉뚱한 파문이 일어 답변한 사람자신의 「위신」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은 의정사상 얼마든지 있어 왔다.
그래서인지 어느덧 우리 국회에서는 똑똑 떨어지는 답변보다는 어물쩍 넘기는 답변이 무난하게 합격점을 받는 일이 상례화되다시피 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동문서답 식의 질의·답변처럼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일은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회에서의 질의나 답변은 정당간 또는 정부와 야당간의 공방이란 차원을 넘어 국민을 대표해서 질문을 하는 거고 따라서 그 답변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국회의 질의나 답변의 내용이 알차고 성실해야하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간단한 논리가 무시되거나 외면되는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의 잘못이나 비정을 따지는 대목에서 그런 일은 한결 두드러진다.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일을 갖고 야당의원들이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일』이라고 응답하는게 그동안 「모범답안」 이 되다시피 했다. 말꼬리를 잡히지 않고 우선 그 자리만을 모면해보자는 생각이지만 이런 원론적인 답변은 그래도 나은 축에 든다.
답변자에 따라서는 딱 잡아떼기도 하고 아예 흑을 백이라고 우기는 일마저 생긴다.
정치탄압이나 고문과 같은 인권에 관한 문제처럼 미묘한 문제일수록 당사자의 증언 한마디면 흑백이 가려질 일인데도 국회가 실증을 위한 조사를 해본 적은 이제까지 단 한번도 없다. 핵심은 피한 채 개미 쳇바퀴 돌듯하는 지루한 질의·답변이 되풀이 되어온 게 우리의 숨김없는 의정사의 단면이기도 한 것이다.
국회는 잡다한 견해를 토론과 타협을 통해 여과하고 조정하는 곳이지 비생산적인 말씨름이나 하자는 곳은 아니다.
질문을 하는 쪽은 충분한 준비로 진실을 끌어내도록 노력해야하고 답변하는 쪽도 특히 국민을 상대로 한다는 투철한 인식을 갖고 온갖 성의와 내용을 다 담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태도는 의회주의적인 태도가 아니며 그럴수록 질문자나 답변자는 발언의 품위와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모두 완전할 수는 없다. 때로는 실수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하는데서 국민의 공감을 불러모을 소지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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