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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하루는 공자가 그의 우직한 제자 자로에게 일러주었다.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세상의 거짓말이란 이 말의 순서를 어긋나게 한 것이다. 아는 것을 모른다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면 그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거짓말학」박사로 알려진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심리학교수 「벨러·데파울로」는 누구나 하루 두 번 씩은 거짓말을 하며 산다고 했다.
이 경우의 거짓말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긍정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 관계를 재미있게 하는 조미료 같은 거짓말이다.
동양에는 그린 거짓말이 세가지 있다. 하나는 「용은」으로 죄인을 숨겨주고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경우. 부자나 형제 사이엔 용은이 통한다.
또 하나는 「환은」. 내일 모레면 운명할 환자를 보고도 『용태가 좋아졌다』 고 하는 거짓말.
끝으로 「규은」이라는 것이 있다. 옴두꺼비 같은 여자를 보고도『어쩌면 그리 이쁘냐』고 감탄하는 거짓말.
이쯤 되면 동양인의 금도를 알 수 있다.
서양에선 거짓말이 때로는 유머로 통용된다. 언젠가 기자들이 「레이건」 대통령을 붙들고 『경제가 순조로우면 대통령직을 「부시」 부통령에게 물려준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봐요. 나같이 젊은 사람이 일을 그만 두면 도대체 무얼 하란 말이오』
「레이건」 은 올해 75세다.
거짓말을 이렇게 유머로 받아들이는 미국 국민들도 진짜 거짓말엔 한 치의 용서도 없다.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위증이 바로 그 경우다.
세가지 거짓말엔 눈을 감아주는 동양인도 마찬가지다.
어느날 노나라의 국군 충공이 공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심복하게 됩니까?』
『곧은 사람을 등용해서 곧지 않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마음으로 따르고, 곧지 않은 사람을 등용해서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국민이 따르지 않습니다.』
4월 초하루는 만우절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에선 거짓말을 유머로 받아주는 풍습이 있다. 그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춘분이 지나고 겨울에서 풀려난 나른함 속에서 사람을 깜빡 속이는 놀이라는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춘곤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그럴수록 넋을 놓지 말아야지, 자칫하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말 잘하는 정치 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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