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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박한별, 당찬 열아홉 샛별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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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계단'의 주연은 네명이다. 그런데 박한별이 유독 화제가 되는 건 이유가 있다.

첫째, 그는 연기를 시작하기 전 이미 인터넷 스타였다. 한국무용을 전공하던 선화예고 2학년 시절 반 홈페이지에 올린 학생증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얼짱(얼굴 짱)'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된 게 '얼짱'으로 떴기 때문인줄 알고 있을 정도지만 사실 소속사에서 그를 낚은 건 선화예중 3학년 때다.

둘째, '제2의 전지현'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닮은 외모다. "전지현씨가 '해피 투게더'나올 때부터 그런 소리를 들었으니 꽤 오래됐죠. 심지어 저희 엄마까지도 TV 보다 가끔 그러세요. '얘, 정말 닮긴 닮았다'고요."

'제2의 전지현'이라 불리는 기분은 좋을까 나쁠까.

"전지현씨는 까마득히 높이 있는 스타고 전 신인인데 비교하는 게 부담스럽죠. 전지현 따라한다고 욕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솔직히 전지현이라는 이름이 붙어 다니는 게 썩 좋지는 않아요."

박한별은 '여고괴담'시리즈의 골수 팬이다. "'여고괴담'은 제가 처음으로 본 공포영화였어요. 극장에서 세 번인가 보고 비디오로도 봤어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도 극장 한번, 비디오 한번? 우리 또래 이야기여서 무지하게 좋아했죠. 1편은 최강희씨가, 2편은 김민선씨가 좋았어요."

그가 맡은 역은 예술 고등학교 무용반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소희다. 재능을 타고난 소희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진성(송지효)을 늘 앞지른다. 둘은 단짝이지만 진성은 치밀어오르는 질투심을 누를 수 없다. 결국 진성은 소원을 빌며 하나씩 스물여덟개의 계단을 오르면 없었던 스물아홉번째 계단이 나타나면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여우계단으로 향한다.

"소희는 단짝 친구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는 점만 빼면 저와 똑같아요. 무용을 하고, 1등도 해봤고, 학교 다닐 적에 '얼짱'이라는 말도 들어봤고… 아, 이러면 사람들이 공주병이라고 욕하려나(웃음)? 그래서 감독님 지시도 딱 한 마디였어요. '예고 다닐 때 너처럼만 해'."

그래서 촬영 기간 동안 뭔가를 쥐어짜내려는 노력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애썼다.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놀았다고 하는 게 맞을 거에요."

그는 "'여우계단'을 보면 아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예고 학생들은 정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고괴담'? "무용반 애들이 평소에는 하기 싫다고 앓는 소리 내고 선생님 흉도 보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업시간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짜 열심히 하고 선생님한테 이쁨 받으려고 얼마나 애쓰는데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런 생각을 더 굳혀줬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다 찍고 나니까 내 연기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배우가 되자는 다짐을 했죠."

노련함보다는 패기. 노회함보다는 솔직함. 박한별같은 신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글=기선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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