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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에어컨 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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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엔 손 못 댄다던 정부가 곧 개편안을 내놓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민심은 모른 척하다가도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부산히 움직입니다. 공무원들 하는 일이 다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조만간 전기요금과 관련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오후 6시30분 대책을 설명합니다. 이어 한전도 내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누진제를 바꿀 예정입니다. 여름에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손쉬운 대책과 아예 요금구조를 바꾸는 대대적 개편 중 어느 것을 택할지 궁금합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에어컨을 꼽았습니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포르인들은 첨단공장에서 일하는 대신 야자수 그늘 아래 낮잠이나 잤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싱가포르를 ‘에어컨 국가’라고도 합니다. 우리도 여름철엔 ‘에어컨 국가’가 됐습니다. 그나저나 야자수 그늘 아래에라도 있듯 복지부동하다 문제를 키워서야 허둥거리는 공무원들의 체질은 언제 바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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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등 신임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대표는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 배려를 건의했습니다. 탕평인사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가 이를 건의한 것은 집권 이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친박 중의 친박의 건의이니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 시리즈는 이 정도에서 끝나길 기대합니다.

일본에서 30조엔의 GDP 실종사건이 벌어졌습니다. GDP가 진짜 없어진 건 아니고 내각부와 일본은행의 측정치가 29조7000억엔의 차이를 보인 겁니다. GDP 계산법은 세 가지입니다. (1) 각종 산업의 부가가치를 다 더하거나 (2) 소비·투자 지출액을 합하거나 (3) 경제주체의 소득이나 기업이익을 합산하는 것입니다. 각각 생산·지출·분배 측면의 계산인데, 이론상 그 결과는 똑같습니다. 삼면등가의 법칙이라 합니다. 일본 내각부는 생산과 지출 GDP를 구했는데, 이게 2014년 기준으로 일은이 계산한 분배 GDP보다 약 30조엔 적었습니다. 성장률은 내각부에 따르면 -0.9%, 일은에 따르면 2.4%입니다. 30조엔이면 싱가포르의 한 해 GDP입니다. 이 오차를 두고 일본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수수께끼 풀기에 나섰습니다. 국내에서 GDP 통계 관할권을 두고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벌이는 신경전에도 묘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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