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분쟁 격화…中 외교부 차관보 방일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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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양국의 대화 중단으로 치닫는 등 격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1일 중국이 이달 중순 예정했던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일본 방문을 갑자기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센카쿠 열도 주변 일본 영해에 중국 해경국 선박이 잇따라 진입한 데 대해 일본이 수차례 항의하자 중국이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지난 9일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하기에 앞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분간 기다리게 한 외교적 무례가 중국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쿵 부장조리는 당초 이달 말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방일 일정과 의제를 일본 측과 최종 협의할 예정이었다. 그의 일본 방문이 취소됨에 따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자체가 순조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이번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다음달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일본 정부는 쿵 부장조리의 일본 방문을 다시 요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대화 분위기를 고조시켜 G20에서 일·중 정상회담으로 이어간다는 시나리오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G20에 악영향이 미치도록 양국 대화를 완전히 끊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해경국 선박은 지난 5일부터 300여척의 중국 어선과 함께 센카쿠 열도 주변 일본 측 접속수역(연안에서 22~44㎞)을 잇따라 항행하고 있다. 일본 영해에 진입한 것만 28차례에 이른다. 지난 9일과 10일엔 해경국 대원들이 중국 어선에 오르내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본은 중국 해경국이 자국 어선들을 상대로 특정 해역에 대한 출입 검사나 단속 등 어업 관할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일 외무성 관계자는 “중국이 관할권을 행사해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실효 지배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정권(施政權)을 해치는 어떠한 일방적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정권은 영유권과 달리 입법·행정·사법권을 의미한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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