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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명품브랜드 "아이 러브 코리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가죽제품업체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한국의 영화배우 이미연을 공식 초청, 세계에서 하나 뿐인 구두를 선사한다. 이씨는 20일 출국, 페라가모의 본사가 있는 피렌체를 방문해 그의 이름을 새겨넣은 1백% 수제품 구두를 선물받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고 25일 돌아올 예정이다.

이를 위해 페라가모측은 약 3개월에 걸쳐 이씨의 식성에서부터 손톱.발톱 등의 신체적 특징까지 세심히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페라가모는 오드리 햅번.마를린 먼로 등 헐리우드 여배우들에게 맞춤 구두를 헌정하고 그들의 이름을 딴 제품까지 출시하는 등 스타 마케팅으로 유명한 업체다. 그런 페라가모가 아시아 스타로는 중국의 장쯔이 다음으로 이씨를 '찍은' 것이다.

#2. 황신혜.이미연.이정재.엄정화.소유진.유민.이혜영.변정수.김남진…. 대한민국의 '한다'하는 패션리더 연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1일 프랑스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루이비통이 한국어 웹사이트 런칭 기념으로 개최한 칵테일 파티에 초대받은 것이다.
루이비통코리아측은 서울 청담동 매장의 주차장을 멀티스크린 등이 설치된 파티장소로 변형시키고 홍콩의 마임 아티스트와 뉴욕의 곡예사,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쌍둥이 힙합 탭댄서들을 초청하는 등 파티에 대단한 정성을 기울였다. 한국어가 프랑스어.영어.일본어.중국어와 나란히 루이비통의 '공식 언어'로 채택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한국어 웹사이트 런칭 기념 파티에 초청된 연예인들. 이미연,소유진씨(우측부터) 사진 왼쪽은 뉴욕에서 초청된 곡예사가 파티에서 행위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에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페레가모가 일본 스타를 제치고 한국의 이미연씨를 초청한 것이나, 샤넬.까르띠에에 이어 루이비통이 공식홈페이지에 한국어 웹사이트를 연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1일엔 구찌코리아가 'fall/winter(가을/겨울) 콜렉션'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에 직영매장을 두고 있는 구찌이지만 이런 대규모 행사가 펼쳐지는 나라는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 소비자들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가짜 명품, 일명 '짝퉁'이 기승을 부릴 만큼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대단하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 상류층을 겨냥, 청담 사거리 일대에 명품 브랜드의 직매장이 일제히 들어서면서 '청담동 며느리 패션'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페라가모코리아측은 "소위 명품 브랜드들의 너무 튀지 않으면서 고급스런 이미지가 유행에 민감한 듯 하면서도 보수적인 한국인들의 취향과 잘 맞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심한 불황이라는 올 상반기에도 이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실적은 상승세를 이었다. 20일 끝난 백화점 여름 정기세일 결과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5~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류는 예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

특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여파로 홍콩 등 아시아권 명품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것과 대비되면서 한국 시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구찌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목표액을 가뿐히 넘어섰다"면서 "기존매장만 비교한다면 지난해 상반기 매출보다 한자리수 정도 성장했을 뿐이지만 직영매장이 네 곳이나 늘어난데다 이들의 실적도 아주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페라가모코리아의 경우도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한국이 미국.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큰 시장이다.

2030층이 두터운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인터넷 쇼핑몰의 명품관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점.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운영비와 인테리어 비용이 들지 않아 가격이 10 ̄30% 저렴한 데다 취급 품목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쇼핑몰인 옥션의 명품숍 경우 중고 명품 및 약간의 이상이 있는 물건들까지 공개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인기를 끌면서, 2001년 상반기 2억2천만원이었던 거래액이 올 상반기에는 1백33억원으로 60배 이상 증가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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