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예수상과 차별되는 리우 예수상에 담긴 의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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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의 예수상은 브라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건축물이다. 브라질을 찾는 이라면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높이 38m, 양팔 너비 28m의 초대형 석조 예수상에 매료되곤 한다. 예수상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미션 임파서블’ 등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예수상은 브라질이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지 100주년인 1922년 4월 4일 리우 코르코바두 언덕에 주춧돌을 놓는 것으로 역사적인 건설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공사는 1926년 시작돼 1931년 완공됐다. 신체 부분은 따로 조각해 머리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브라질 국민들도 예수상의 본뜻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단순히 가톨릭 기념물로 여기거나 예수상이 양팔을 벌리고 있기 때문에 환영(Welcome)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수상 건립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과학과 예술, 종교에 헌화하는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예수상이 건립되던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당시 브라질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였다. 영국 BBC방송은 “국가나 정치가 종교와 분리돼야 한다는 세속주의에 대한 반발도 있었고, 또 당시 전쟁으로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많다 보니 신에 의지하기 위해 예수상을 세웠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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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학자인 노라 하이만은 “브라질의 예수상은 기존 유럽 정통 예수상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수상은 대체로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예수상은 십자가 없이 양 팔을 벌린 채 서 있다. 하이만은 “브라질 예수상은 당당한 느낌마저 든다”며 “현대적”이라고 말했다.

리우 주민인 두일리아 드 멜로는 “예수상이 어떤 의미를 지녔든, 가톨릭 신자이든 아니든 간에 리우 주민에게 예수상은 도심 속 소중한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종교적인 의미보다 마치 우리가 전 세계 관광객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기분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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