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전달체계」뿌리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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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병이 나거나 몸이 불편할 경우 우선 찾고 싶은 곳이 대학부속병원이다. 그래서 대학병원은 항상 진료를 받으려는 인파로 붐비고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 받는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으로서는 기본임무의 3분의2를 점하는 연구와 교육부문보다 환자진료에 더 비중을 둘수 밖에 없는 불합리가 계속돼왔다.
그런데 최근 연세대의대·한양대의대·경희대의대등의 대학부속병원이「지역의료전달체계」라는 이름으로 인근지역의 개업의와 연계를 가져 이들 의원을 통해 내원한 환자를 우선 진료하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또 진료결과와 최신 의학정보등을 개업의들에게 제공해줌으로써 환자들이 무턱대고 대학병원을 찾지 않고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수 있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최초로 이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한 곳은 연세대의대부속 세브란스병원.
작년 7월부터 인근 서대문구·은평구·마포구지역개업의사들과 서부지역 의료협의회를 결성, 9개월째 시행해 오고 있다.
운영방식은 지역개원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중에서 개원의가 계속 진료하기 어려운 환자나 개업의료기관에 없는 정밀검사기기로 체크가 요구되는 환자를 환자의뢰서 (진료기록첨부)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으로 보내면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이 환자를 우선적으로 진료·검사 해주고 그 상황을 개업의에게 통보해주는 형태다.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아야할 경우는 그대로 진료하지만 증세가 호전될 경우엔 지역개업의에게 다시 돌려보내 1차진료기괸에서 지속적으로 진료토록 한다.
연세대의대 윤방부교수(지역의료협의회총무·가정의학)는 『지난2월까지 2천3백65명의 환자가 이 제도를 통해 진료를 받았다』고 밝히고 『처음부터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보다 진료도 쉽고 진료의 질도 높일수 있어 환자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황의호교수(응급실장)는 『이 제도의 반응이 좋고 대학병원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데도 도움이 돼 지난해 12월부터는 강서구지역까지 확대 실시하는 한편 영동세브란스병원도 과별로 이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대문구의사회 김유성회장 (이비인후과)은『지역의료협의회 구성 이후 약2백여명의 환자를 보냈는데 환자의 대기시간이 짧고 직접 해당과목의 전문의에게 갈수 있는데다가 각종 특수검사도 필요한 것만 하므로 의료수가면에서도 오히려 환자가 유리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개업의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의 횟수를 늘리고 공동수술등의 시도가 있어야 개업의의 자질향상과 진료수준향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부속병원과 경희대부속병원도 이 제도를 도입했거나 할 예정이다.
한양대부속병원의 경우 작년3월부터 전국의 한양대졸업 개업의를 대상으로 운영해오다 금년 2월부터는 성동구·강동구·동대문구·강남구등의 일반개업의와도 연계체제를 세웠다. 경희대부속범원은 4월부터 동대문구·도봉구를 대상으로 각각 지역의료를 시작할 예정.
그러면 이같은 제도를 왜 법적 장치로 뒷받침하지 않고 있는가.
이에 대해. 보사부의 이홍윤과장 (지역의료과) 은 『국민 개보험과 같이 국민전체가 의료혜택을 받을수 있는 장치가 전제돼야 이 제도의 확산이 가능하다』 고 설명하고 『아직까지 개업의들이 환자를 과잉진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또 가정의 배출이 적어 1차진료환자들을 일단 분류해 해당진료과목을 정확히 찾아주기 힘든 것도 이 제도의 정착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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