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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돈 투기 자금화에 쐐기|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에 담긴 뜻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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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17일 부동산 대책 실무 위원회를 소집해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결정, 발표한 것은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의외라는 느낌을 준다.
이날 회의에 보고된 전국의 부동산 시세 동향만해도 2월말 현재 전국의 지가 평균 시세는 84년 말 대비 8%, 85년 말에 비해서는 1.6% 오른데 불과하며 6대 도시의 주택 가격은 84년 말에 비해 0.5%가 하락했고 서울은 1.2%나 떨어졌다.
중소 도시는 다소 올랐으나 상승폭은 0.5% 정도다. 일응 부동산 투기 대책까지 마련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작년 9월이래 한번도 열린적이 없는 부동산 대책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3저 시대」를 맞아 국내 경기가 상승 무드에 있는데다 작년부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풀어놓은 수출 금융·시설 자금 등이 과잉 유동성으로 투기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월중 월간 경제 동향 보고에 따르면 국내 유동성이 지난 1년간 20%나 늘었으며 여유 자금이 증권 시장에 몰려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정부가 직접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 충남 서산·온양·대천, 경기 평택 등에 이미 일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 움직임이다.
정부로서는 차제에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일부 지역에 일고 있는 투기에 쐐기를 박고 앞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있는 투기 바람을 미리 잡아놓자는 전략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발표된 투기 억제 대책은 장 단기 대책으로 나눌 수 있다.
단기 대책은 ①합동 단속반을 편성, 실태 조사 ②개발 계획 발표 때 투기 억제 대책을 같이 발표할 것 ③토지 신고 거래제를 강화, 토지 이용 목적의 심사를 철저히 할 것 ④부동산 중개업자 규제 ⑤세무 조사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그 동안 추진해온 부동산 종합 대책, 예컨대 종합 토지 세제, 대형 주택에 대한 재산세 중과와 양도세에 대한 누진과세 및 비과세 감면 규정의 축소, 1가구 1주택 중과세 대상이 되는 고급 주택의 범위 확대 등이다.
또 지가 상승을 기대한 유휴 토지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공한지세 부과 기준을 물건 당 2백평 이상에서 소유자별 2백평 이상으로 하며 취득 후 2년이 경과된 토지는 주변의 토지 이용에 비추어 정부가 유휴지로 지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
77, 78년 호경기 때 총수요 관리에 실패함으로써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 적이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번 조치는 다소 빠른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물길이 막히면 넘치듯 많이 풀린 자금이 투자 대상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투기 자금 화 할 가능성이 많다. 가래로 제방을 막을 수는 없다.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투기화하는 길을 막는 동시에 기계·부품·소재 국산화 등을 위한 시설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정책 대응도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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