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와 대일 역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월중의 국내 경제 동향은 수출과 투자에서 고무적인 변화를 보였으나 고용과 수입, 국제수지에서는 여전히 큰 문제들이 남아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문은 다름 아닌 수입 동향이다.
2월까지의 수입 동향을 보면 우리가 진작부터 우려했던 엔고의 역작용이 여실히 현실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엔 강세가 진전된 작년 l0월 이후 넉달 동안 대일 무역에서만 무려 11억8천만 달러의 적자 증가를 나타낸 점이 바로 그것이다.
순리대로라면 엔화 가치가 30%나 절상된 지금 그에 비견될 만한 정도의 수지 개선이 나타나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엔고가 진전될수록 역조 폭이 달마다 커지고 있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엔고를 대일 역조 개선의 절호의 기회로 간주해온 기대가 흔들릴 뿐 아니라 경상수지의 균형 내지 흑자를 내건 올해 국제수지 계획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산업 구조가 지닌 문제들, 예컨대 기술 기반의 취약성이나 가공형 산업 중심체제, 소재 산업의 빈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엔고의 역기능을 확대시키고 있음은 알려진대로다. 그리고 이 같은 산업 구조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대일 거래에서의 역조 증가 현상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 외에도 정책의 미비와 관리 능력의 부족, 업계의 과당 경쟁과 무절제가 잠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첫째는 대일 수입의 관리가 너무 허술한 점이다. 산업 구조로 보아 이 같은 엔고의 역기능은 충분히 예견되었고 각계에서 우려했는데도 수입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 흔적이 안 보인다.
엔화의 절상이 지속될 전망 아래서는 누구나 수입 재고를 늘리려하고 그에 따라 부품·원자재의 과당 수입 내지 경쟁적 가수요가 겹칠 것은 쉽게 예상되는데도 당국은 아무런 사전조치나 예방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넉달 동안 12억 달러의 대일 역조 집중은 단순한 수출과 투자 호전에 따른 수입의 자연 증가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앞으로 엔 절상이 계속되고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에 대비해 대일 역조가 더 늘지 않도록 해야한다. 지금이라도 빨리 손을 써서 이런 사태를 미리 막아야한다.
우선은 대일 수입 관리부터 강화돼야 한다. 민간의 가수요를 견제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소재와 부품 산업의 수입 대체를 서둘러야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기계류를 포함해 자본재의 국산화 대체를 위한 단계적 계획을 앞당기고 강화해야한다.
수출에서도 엔고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일 시장의 마키팅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는 3저의 복합적 이득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가 하락의 이득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수입 관리에 정책 노력을 집중시킬 시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