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5년 사회당의 사활걸린 불총선|좌파 미테랑대통령에 우파 시라크 내각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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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주원상특파원】프랑스 유권자들은 오는 16일 임기5년의 하원의원 5백77명을 새로 뽑는다.
프랑스본토의 95개성에서 5백55명, 과들루프·기아나 등 해외영토성과 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해외영토(TOM)에서 22명이 선출된다.
이번 총선은 집권5년의 사회당정부 존속여부를 가름한다는데서 그 어느 선거때보다도 열기가 높다. 선거포스터를 붙이던 사회당원이 극우파 FN(국민전선)당원과 시비, 칼에 찔려 숨지는 등 선거운동 막바지에. 전국에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불상사도 생겼다.
총선은 야당의 극심한 반대속에 작년말 사회당이 의회에서 단독통과 시킨 새선거법에 따라 실시된다. 새선거법은 각성을 1개선거구로 하는 비례대표 제 선출방식으로 의원을 뽑도록 규정했다. 의석은 최대평균득표수에 따라 배분되며 유효투표수의 5%미만 득표정당이나 정파는 의석배분에서 제외된다.
내무성은 각 정당·정파가 전국l백2개선거구에 총8백26개의 비례대표자명단을 등록시켰다고 발표했다.
총선입후보자는 모두 6천9백78명으로 현직의원의 80%인 3백79명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13명, 지방의회의장 33명, 사회당정부각료 가운데 4명을 제의한 37명이 출마했다. 프랑스항공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마르셀·다소」옹도 와즈선거구에서 RPR(공화국연합)-UDF(프랑스민주연합)공동리스트 1번 후보로 출마, 최고령(94세) 입후보자가 됐다.
선거법상 마지막 (투표일전 1주일) 여론조사결과 발표였던 지난8일의 소프레스여론조사결과는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결과나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 야당인 우파가 승리할 것이라고 「최종적으로」 예고했다.
이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야당인 우파연합이 3백6석 (RPR1백61·UDF1백36·기타9석) 을 차지, 절대과반수 (2백89석)선을 17석이나 초과하게되고 좌파 는2백25석(사회당·극좌파운동 1백85석·공산당 4O석)에 머물게 된다.
프랑스에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던 지난 81년6월의 하원총선때는 총4백91석 가운데 사회당이2백85석을 얻어 단독으로 절대과반수선을 40석 이상이나 넘겼었다.
당시 공산당은 44석,RPR과UDF는 각각 89석, 64석에 그쳤다.
적중률 1백%라는 선거관계여론조사결과대로 3·16총선에서 야당인 우파가 승리하게되면 프랑스는 「좌파 대통령에 우파내각」이라는 제5공화국이래 최대의 이상정국을 맞게돤다
임기가 2년이나 더 남은 사회당의「미테랑」대통령과 우파지배하의 의회가 필연적으로 계속 충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상정국을 피하기위해서는「미테랑」대통령이 임기전이라도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대통령선거를 새로해야한다는 주장이 야당·일각에서 끈질기게 나왔으나 「미테랑」대통령은 총선결과가 설사 좌파의 패배로 나타나더라도 『결코 사임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있다.
그는 물론 우파장악하의 하원을 해산, 재선거를 실시할 수도있다.
그러나 재선거에서 좌파가 새로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만일 좌파가 다시 패배할 경우「미테랑」대통령은 정치도의상 사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는 대통령선거를 2년 앞둔 시점에서 사회당으로서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정치도박이라 하원해산설은 실현성이 희박하다.
현재 총선후의 정국예측가운데 가장 있음직한 일로 거론되는 것은 이른바 「코아비타시옹」(동거=Cohabitation)이라는 「좌우공존」이다. 대통령직은 사회당의「미테탕」대통령이 그대로 맡고 정부는 우파지도자들로 구성한다는 얘기다.
「코아비타시옹」안은 우파지도자들이 우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고 「미테랑」대통령도 대통령직을 고수하되 총선결과를 가능한 최대로 존중하겠다고 밝혀 실현가능성이 가강 크다.
다만 「미테랑」 대통령이 총선결과를 존중, 우파지도자 가운데서 수상을 임명해 우파정부(내각)를 구성케하더라도 이같은「좌우공존」은 문제의 시작일뿐 해결은 아니다.
프랑스의 권력 구조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이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수상 및 각료의 임명권·국군통수권·외교대권·의회해산 및 국민투표 실시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
국무회의도 물론 대통령이 주재한다.
수상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부를 지휘·관리하고 의회에 책임을 진다.

<이코노미스트>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외유중이거나 병으로 입원중일때 한해 수상이 주재할 수 있다.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아래서 좌파대통령과 우파수상정부가 조화있게 공존하기란 구조상 쉬운 일이 아니다. 「코아비타시옹」이 실현될 경우 양자는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발견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쌍방 모두가 조금도 양보할 기세가 없다.
우파지도자들은 대통령이 헌법상의 권한만을 고집할게 아니라 총선민의에 따라 모든 권한을 우파정부에 「현실적」으로 이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테랑」 대통령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테랑」 대통령은 가령 대통령권한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더라도 외교와 국방대권은 절대로 내놓을 수 없는 대통령만의 성역이라고 여러차례 밝혀 왔다. 그는 벌써부터 국제사회주의 지도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 총선후에도 자신과 외교적 접촉을 계속 갖도록 촉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미테랑」대통령이 우파승리의 총선 후 누구를 수상에 임명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우파정당가운데 가장 의석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RPR에서수상을 고른다면 당수인「시라크」파리시장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우파지도자가운데 UDF의「르카뉘에」의장「샤방-델마스」「시몬·뵈유」「지스카르-데스탱」 전대통령등도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수상이 된다해도「미테랑」 대통령과의 「땅 싸움」은 피할수 없다. 좌파대통령과 우파정부는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 어렵게 공존해 나갈 것 같다. 그리고 이같이 불투명한 정국은 88년 대통령선거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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