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궁 금메달 결정지은 마지막 '텐' 주인공은 막내 이승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승윤(왼쪽)과 구본찬이 시상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7점 안쪽으로만 들어가면 됐던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 꽂혔다. 금메달을 결정지은 대표팀 막내 이승윤(21ㆍ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활을 쥔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막내가 ‘마지막 한 발’을 쏘는 장면은 흔치 않다.

지난 올림픽 양궁 대표팀에서 단체전 마지막 사수는 대체로 ‘큰 형’의 역할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오진혁(31)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박경모(33)가 마지막 사수를 맡았다. 모두 당시 대표팀의 최연장자 선배였다.

양궁 단체전에서는 개개인의 실력과 별개로 3명의 발사 순서 조합도 중요한 변수다. 선수의 실력과 성향에 따라 더 맞는 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사수로는 슈팅타이밍이 빠른 선수를 배치한다. 그래야 제한 시간 60초 내에 나머지 선수들이 여유 있게 쏠 수 있다. 두번째 사수는 고득점을 올려 기세를 안정적으로 이어줘야 한다.

마지막 사수는 야구의 마무리 투수와도 같다. 한 세트 혹은 경기 전체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책이다. 앞 순서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을 경우 시간에 쫓겨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전원 90년대생으로 구성된 양궁 대표팀에서도 막내인 이승윤은 과감하고 침착한 성격과 실력을 인정받아 단체전 마지막 사수를 맡았다. 속사에 능한 점도 고려됐다.

이승윤은 세트를 마무리하는 세 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승 6발 중 4발이 10점, 2발은 9점이었다.

이승윤은 2012년 강원체고 2학년 당시 개인전 토너먼트 무패를 기록하며 이름을 날렸다. 이듬해 국가대표에 선발돼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특히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대선배 오진혁을 여러 차례 꺾어 주목을 받았다. 2014년 8월엔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김우진과 함께 가장 유력한 개인전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첫날 랭킹라운드에서 전체 12위의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오히려 대진운이 좋아 기대는 더 커졌다.

단체전을 통해 큰 무대 경험과 자신감을 획득한 이승윤은 8일(현지시간)부터 대표팀 형들과 올림픽 2관왕을 향한 선의의 경쟁을 시작한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