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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어 낚은 "나치전범 사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62년 나치 친위대 대령이었던 「아이히만」을 재판, 처형한 이후 24년만에 처음으로 최근 또다시 중량급 나치전범을 이스라엘 법정에 세우는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7일 미국으로부터 강제 송환한 「존·뎀얀유크」(66)를 4월에 전범재판에 회부한다고 발표하고 그가 2차 대전중 90만명의 유대인을 독가스실로 보내 살해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수년간의 끈질긴 시도 끝에 이스라엘 정부가 다시 한번 개가를 올린 이번 나치 전범 사냥은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작전이 벌어졌다. 당시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교외에서 자동차공장 노동자로 조용히 살고 있던 「뎀얀유크」는 미국의 사법당국에 의해 전력 등이 조사되는 과정에서 나치 전범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포착됐다.
미국의 조사관들은 이를 이스라엘 당국에 알려주었고 이스라엘 측은 이에 따라 미 법무성에 의뢰, 「뎁얀유크」가 50년대 초 미국 이주 당시 이민신청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을 밝혀내고 81년 그의 시민권을 박탈케 했다.
「뎀얀유크」는 자신이 소련의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긴 것은 사실이나 이는 소련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자신은 오히려 나치군에 잡혀 고초를 당한 나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변호사를 동원,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수년동안 법정투쟁을 벌였다.
결국 그에 대한 혐의사실이 미 연방법원에 의해 인정되어 미국 정부는 지난주 「뎀얀유크」의 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이스라엘 송환을 결정했다.
지난 주말 수갑을 찬 채 이스라엘에 도착한 그는 이스라엘 중범죄자 감옥에 수감돼 자살기도 등에 대비, 폐쇄회로 카메라에 의해 24시간 감시를 받고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뎀얀유크」가 1942년 나치 친위대(SS) 교육을 받은 뒤 약 90만명의 유대인이 사망한 폴란드의 악명 높은 트레불린카 수용소에서 독가스실의 운영책임자로 근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그가 특히 잔인했다며 「공포의 이반」이란 별명으로 불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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