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입주때 이것만은 알아두자|「임대차보호법」도 한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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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마다 이맘때면 세들어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좀 분주해진다. 봄이사철을 앞두고 집주인의 보증금인상얘기도 있고, 계약만료에 따라 다시 다른 집으로 옮기든 아니면 계약을 경신하든 거처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주택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로 연초부터 전세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 집을 옮기거나 계약을 경신하는 전세입주자들은 이런때 주의할 것이 있다. 우선 전세보증금관리. 입주하여 살다가 안전하게 전세돈을 되찾을수 있는 집을 골라 이사하는 일이다.
그냥 남의 말만 믿고 세들었다가 집이 경매되는 바람에 보증금 한푼 못찾고 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되거나, 막연히 전세입주자는 법으로 보호되는 줄만 알고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호소할곳없이 전세금마저 날려버린 집없는 서민들의 딱한 얘기는 우리주변에 적지않다.
전세보증금이 무주택서민의 전재산이다시피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84년부터 소액보증금의 우선 보호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개정 시행되고 있으나 그 자체가 현실성결여등 한계가 있어서 주택임대를 둘러싼 문제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YMCA시민중계실에 접수된 전세입주자 피해호소건수만해도 83년 1천4백8건, 84년 1천6백17건, 지난해에는 2천3백34건으로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가구의 평균 35%가, 도시지역은 46%가 셋방살이를 하고있는 실정이고 장기융자로 지어진 임대용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일반화되고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세입주시 알아두어야할 사항과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정리해본다.

<전세입주시>
▲입주전 등기부를 꼭 확인한다=등기부는 등기소에서 떼어볼수있는데 가등기·저당권·예고등기·가처분등기·압류 또는 가압류·경매신청등기등이 돼있는 집이 아닌가 확인해야한다.
그런집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 저당설정등이 된 집에 들어가야할때는 우선 집값이 저당금액보다 얼마나 많은가를 알아보고 집주인과 교섭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해놓도록 한다.
그렇게하면 경매가 되더라도 선저당권자의 다음 순위로 전세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는 최악의 경우 보증금 찾기가 어려운 사태에 빠질수도있다.
▲계약은 등기부상의 집주인과 한다=먼저 전세들어 있는 사람과 전세계약을 맺거나 복덕방 말만 믿고 엉뚱한 사람과 계약했다가는 피해를 보는 수가 생긴다.
등기상의 소유주가 나타나 집을 비우라고하면 아무리 입주및 전입신고절차를 마쳤더라도 전세권을 주장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집주인대리자와 계약을 할 경우에는 집주인의 확인을 받거나 집주인의 인감증명이 첨부된 위임장을 받아놓는게 안전하다.
▲입주와 동시에 전입신고를 해야한다=임대차보호법이 있다고해서 모든 전세입주자가 저절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임대차법은 입주와 주민등록이전을 모두 마친 전세입주자에 대해서만 전세권을 보호하고있다.
전입신고를 게을리한 사이에 전세가옥이 팔리거나 가등기·저당등기등이 되었을 경우 전세입주자는 아무런 대항력도 가질수 없다. 이밖에 알아둘 점은 다음과 같다.
▲소액보증금은 우선 보호된다=다만 임대차보호법은 전세보증금이 3백만원 이하(서울과 직할시기준, 기타지역 2백만원이하)인 경우는 소액보증금으로 간주, 주민등록이전이 가등기나 저당권설정보다 늦어도 우선 보호대상이 된다.
▲전세기간은 최소한 1년간 보장된다=전세기간을 1년미만으로 계약했을 경우는 전세기간을 정하지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때는 집주인은 입주 6개월이후에 집을 비워달라고 할수있고 이 요구는 다시 6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입주자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한달전에만 통고하면 이사갈 수 있다.
▲전세기간이 끝나기 한달전에 집주인은 방을 비워달라거나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는등의 통고를 해야한다. 이런 통고가 없으면 계약이 끝나도 자동연장돼 기간을 정하지않은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간주된다.
▲주택에 딸린 점포도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으나 공장·사무실·점포등에 딸린 방은 예외적용을 받아 보호받지 못하는 수도 있다.
▲월세가 두차례이상 밀리면 집주인은 방을 비워달라고 할수있다. 이는 연속적으로 두달치를 밀리는 경우뿐아니라 계약기간중 모두해서 두번이상 밀리게된 경우도 해당된다.
▲사실상의 배우자도 전세권을 상속받을수있다.
▲1년이상 전세계약을 맺은 경우 중간에 보증금을 인상할 때는 1년에 한번씩, 5%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할 때에는 제한이 없다.
▲부실가옥일 경우 세든 사람은 전세보증금의 반환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
지난 81년 제정된 임대차보호법은 등기부상의 집주인과 계약을 맺고 입주및 주민등록이전을 마친 전세입주자에 대해 전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을 부여,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때까지, 그리고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계속 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새로 바뀐 소유주가 집을 비워줄것을 요구하면 비워줘야했던 전세입주자의 불안정한 종래의 위치가 어느 정도 개선된 셈이다.
또 소액보증금만큼은 다른 어떤 채권에 앞서 우선 판제받을수 있도록 했으며 보증금인상도 1년에 한번 5%범위로 한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호규정에도 불구, 임대차보호법은 실효성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우선 저당설정등 전혀「문제가 없는」집에 입주한 전세자만이 보호대상이 된다는 점.
정작 문제가 되어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는 별도움을 못주고 있다. 예컨대 저당잡힌 집에 입주한 경우 경매가 됐을때 전세입주자는 저당권자가 돈을 받고난 다음 남은 금액이 있을때 전세금반환청구등 다시 법적인 절차를 통해야 보호받을수 있으며, 전세입주후 제2, 제3의 저당설정이 된 경우는 채권순위가 그뒤로 밀려나 아무런 보호도 못받는다.
다만 소액보증금에 한해서는 최우선권을 주고있으나 소액보증금의 한도액이 너무 낮아 역시 실질적 보호책이 되지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Y시민중계실이 지난해 조사한 전세입주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경우 소액한도인 3백만원이하 전세보증금은 17%에 불과하고 3백만원초과 5백만원이하가 37%, 5백만원초과 1천만원이하가 34%에 이르고 있다.
뿐만아니라 조사대상 가옥의 36%가 저당설정 가등기압류등 소위「문제있는」집으로 나타나 현행 임대차보호법이 전세입주자보호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
또 보증금인상의 제한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있어 전세입주자가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매년 집을 옮겨야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되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입주와 동시 전입신고 및 전세등기등을 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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