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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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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3월과 더불어 정계에도 봄은 오려는가. 「2·24」3당대표 청와대회동을 계기로 일촉즉발의 가파른 대치는 한고비 넘긴 것 같지만 아직 「대 타협」으로 가는 길은 암중모삭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다만 3월 중순에 임시국회를 공동 소집하는데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은 일단은 안도할만한 대목이다.
개헌서명문제로 신민당과 정부가 거리에서 힘 겨루기를 하는 동안 「구경꾼」으로 밀려있던 민정당은 청와대 회동이후 모처럼 정치의 주역구실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더 이상 개헌서명이 「장외」 에서 확산되는걸 방지하는 일이 정부·여당의 초미의 과제라고 한다면 개헌 논의를 수용할 장의 마련은 불가피해진다.
더우기 집권당으로서 정기국회에서 처리 못한 일반의안과 민생관련법안을 다루어야할 부담을 안고있고 의사당 안에서의 폭력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도 처리하려 하고있다.
신민당으로서도 당사봉쇄·의원연금·의원기소등 당국에 의한 「탄압」을 거론, 쟁점화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따라서 여당은 서명중지나 국회법개정을, 야당은 지난번 국회에서의 날치기통과에 대한 사과·구속자 석방·사면·복권등 각기 내심으로는 조건을 붙이고 싶은 게 많겠지만 그런 선행조건이 국회소집에 결정적 장애요인은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국회가 열린다는 것만으로 정국이 정상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여야간 불신과 이견의 폭은 너무나 넓고 깊기만 하다.
우선 청와대회동에서 전대통령이 제시한 「89년 개헌」 에 대한 여야의 시각의 차는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88년 선거에서 출범할 정부의 성격에 대한 정부·여당내부의 혼선은『그때 가서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아직 여운이 있는 데다 신민당은 당론으로 이를 공식거부 했다.
정부·여당이 중요협상카드로 내놓은 헌법특위만 해도 신민당은 88년에 적용될 개헌안을 만드는 특위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있다.
이것만 보아도 앞으로 정국운영이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문제가 어렵고 복잡하게 될수록 그것을 푸는 길은 양보와 협상의 원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이 아닌가.
그 동안의 극한대치를 통해 여야는 다같이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계를 느꼈으면 다음은 당연히 대전환의 차례가 되어야 한다. 청와대회동은 대전환의 출발점이기에 국민의 주시를 받았던 게 아닐까.
부각된 문제는 논리로 설득하고 승복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이전이지 그 자체가 정치일수는 없다.
할 얘기가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국회에서 해야한다. 그런 다음 국민의 심판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인이 선택할 유일한 길일 것이다.
3월 중순 국회소집에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을 반기면서 장내에서의 이번 대좌가 난국을 푸는 패턴을 보여주고 나아가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정국에 대한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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