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주최 '亞 경제전망 좌담'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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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제는 올 하반기를 바닥으로 반등하고 한국 경제도 동반상승할 전망이다."

21일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아시아 경제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마스터카드인터내셔널 경제고문 유화 패트릭 왕 박사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코리아 폴 카 부사장,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 등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1970년대식 계획경제의 유혹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통해 투명성.개방성.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키우면 고용은 저절로= 카 부사장은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몇년째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벽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올 초 BCG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업종별로 글로벌 톱 10 기업을 키우는 것이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따라서 포천 5백대 기업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같은 회사 7개를 키워야 연평균 5% 성장을 통해 2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화 박사는 "메릴린치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7백억~8백억달러의 전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가운데 절반을 휩쓸어가는 중국의 경우 투자기업의 80%가 수익을 낼 정도로 기업 환경이 좋다"며 "중국 때문에 올 상반기 한국에 대한 투자가 40% 줄었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태국은 오히려 투자를 유치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정전무도 "노키아가 인구 5백만명인 핀란드를 먹여 살린다"며 동감을 표시했다.

카 부사장은 "외국 기업은 내수시장을 보고 투자하는데 한국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매력있는 시장이지만 접근하기 어렵다"며 "투명성.시장개방.노동문제 해결을 통해 FDI를 유치해야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개입 유혹서 벗어나야=정전무는 "정부가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1970년대식의 정부 중심 성장정책은 한계에 왔다"며 "한국이 시장경제 실험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 후 5년에 불과하며 아직도 정부의 개입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 부사장은 "아직도 계획경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부의 입김 탓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며 카드산업의 예를 들었다.

망해야 할 카드회사가 정부의 개입으로 망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3분의 2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건전성보다 성장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잘못된 개입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화 박사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개발도상국은 처음에는 싼 인건비와 낮은 땅값이, 다음에는 정부의 개입을 통한 특정산업 육성이 성장 엔진이지만 한국은 이 단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스는 희생자에게는 재앙이지만 중국 경제의 과열을 막아주어 아시아 경제의 거품(버블)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했다"며 "태국.인도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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