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금메달 1개에 대통령 지지 0.75%P 상승…끝나면 원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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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포츠행사와 대통령 지지율은 ‘밀월’ 관계가 있다. 정치권에 나도는 속설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올림픽·월드컵 등 거대 스포츠 이벤트가 있으면 여권에는 호재, 야당엔 악재란 의미다. 1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금메달 1개가 대통령 지지율을 1%포인트씩 올린다”는 주장도 했다.

2008·2012 올림픽 분석해보니
MB, 2008년 박태환 금 따자 17 → 35%
레임덕 겹친 2012년 땐 7%P 상승
DJ는 2002년 월드컵 덕봐 35 → 46%
대회 끝나자마자 37%로 되돌아와
“쇠고기 파동 등 악재 잠시 묻히지만
애국심 마케팅 효과 오래 안 간다”

중앙일보가 최근 10년간 올림픽 전후 대통령 지지율을 따져봤다. 정치권 속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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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번의 올림픽(2012년 런던, 2008년 베이징) 동안 한국은 26개 금메달을 땄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 대통령 지지율은 두 번의 올림픽을 통해 19.6%포인트(런던 올림픽 후 7%포인트, 베이징 올림픽 후 12.6%포인트) 올랐다. 금메달 1개씩 0.75%포인트 상승 효과를 본 셈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이어졌다. 임기 첫해를 맞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그해 8월부터 박태환(수영), 장미란(역도) 선수 등의 금빛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올림픽 전 16.5%에 불과했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 폐막 직전인 8월 21일 35.2%까지 치솟았다. 8월28일 무렵엔 29.1%였다.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촛불 시위 등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였는데 올림픽의 선전이 이를 돌파하는 동력이 된 게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임기 말 레임덕 등이 겹쳐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르다 올림픽 기간에 7%포인트가 상승했다. 당시 7월 3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1.8%였으나 8월 27일에는 28.8%로 올라갔다.

올림픽은 여권의 악재를 덮는 커버링(Covering) 효과도 있다. 런던 올림픽 전 이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관련 구속 사건이 발생하면서 야권은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슈는 올림픽에 가려 제대로 점화되지 못했다.

지금 야당도 여당 시절엔 특수를 경험했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이 터졌을 때 군은 큰 피해를 봤지만 한·일 월드컵 결승전과 3~4위전이 열리며 이 문제가 가려졌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올림픽 전까지 일주일이 우리에겐 ‘골든타임’이지만 여당은 ‘올림픽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심정으로 웬만한 공세에는 꿈쩍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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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대형 스포츠행사 때마다 스포츠를 통한 ‘애국심’ 마케팅이 가능하긴 하더라도 효과는 일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올림픽 기간에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일종의 이벤트 효과로 장기간 지속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 전후 지지율이 34.7%에서 45.9%로 상승했다가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36.7%(2002년 5·7·8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로 되돌아왔다.

성적이 나쁠 때는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탈락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 기간을 전후로 5.3%포인트 빠졌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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