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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최고금리 인하 전 5년 장기계약 ‘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부업체가 지난 3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34.9%→연 27.9%)를 앞두고 5년 이상 장기 대출 계약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이전의 계약은 옛 대부업법 조항을 적용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관계없이 연 30%대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1일 ‘대부업자의 불합리한 업무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대형 대부업체(자산규모 120억원 이상, 대부잔액 50억 이상)의 관리·감독권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금감원으로 이양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이 20개 대형 대부업체를 점검한 결과 5년 이상 장기계약 비중은 2014년 말 41.4%(잔액 기준), 2015년 말 53.5%(잔액 기준), 2016년 1~3월 66.1%(신규ㆍ갱신ㆍ연장 기준)로 점점 늘었다. 원금 만기상환 방식의 대출에 대해 계약기간을 5년으로 일괄 적용하는 대부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자가 원금 균등상환 대출의 계약기간을 1~5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임민택 금감원 은행ㆍ비은행 소비자보호국장은 “장기계약 비중을 줄이고 단기계약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청년층을 무리하게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는 관행도 바로잡는다. 연대보증은 2012~2013년 은행권ㆍ제2금융권에선 모두 폐지됐으나 대부업은 저신용자 대출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연대보증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3월말 현재 대형 대부업체 10곳의 20대 연대보증 대출액은 785억원으로, 전체 연대보증 대출(3451억원)의 23%나 된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층이 연대보증의 위험과 법적 효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친구ㆍ직장동료 부탁으로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대부업체도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보증을 쉽게 서 준다는 걸 알고 공략한다. 연대보증 위험 요인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득 확인 절차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통장 사본이 없어도 카드사용내역 등을 분석한 개인신용정보회사의 ‘추정소득 확인서’만 있으면 연대보증인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앞으로 20대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려면 근무회사의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또는 건강보험료 납입증명서 같은 공공기관 발급 서류를 받아야 한다. 또 연대보증 시 위험요인과 법적효력에 대해서도 안내문을 통해 사전 고지하고 보증 의사를 녹취하도록 했다. 안내문엔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연대보증인이 대신 상환해야 한다. 상환을 못할 경우 재산과 급여가 압류돼 채무불이행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와 함께 소멸시효(5년)가 지나 상환 의무가 없어진 채권에 대한 추심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헐값에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상환을 독촉하는 추심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이라도 법원의 지급명령제도를 이용하면 채무 상환의무가 부활하는 법의 맹점을 노린 행위다. 채권 추심업자가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 신청을 받아 채무자에게 독촉장을 보낸 뒤 2주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소멸시효가 부활된다. 대응 방법을 몰라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가 다시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채무자가 많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추심업자에게 소멸시효 부활 행위를 중단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임민택 금감원 국장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추심회사의 임직원을 제재(감봉ㆍ견책ㆍ정직ㆍ면직)하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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