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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실물로 … ‘조물’ 행보 가속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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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호 11면

가상현실(VR) 쇼핑을 시연하는 모습. VR 전용 장비를 착용한 이 남성의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 쇼핑몰의 모습이 옆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사진 알리바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세계의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들은 올해를 ‘가상현실(VR)의 원년’이라고 부른다. 때마침 나타난 ‘포켓몬 고(GO)’ 열풍도 VR과 증강현실(AR)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며 VR 산업의 정착을 앞당길 전망이다. 알리바바의 VR 및 AR 부문 책임자인 좡줘란(庄卓然) 총감은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확산된) 2009년을 모바일 인터넷의 원년으로 보는데 지금 VR의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VR 쇼핑은 게임이 아닌 일상생활 분야에서 VR이나 AR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다. 알리바바는 향후 인터넷 쇼핑의 40%가 VR 플랫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 향후 전자상거래의 승패는 가상쇼핑룸을 누가 더 현실감 있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리바바의 뒤를 쫓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도 9월 VR 쇼핑 플랫폼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VR 쇼핑이 본격 확산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적으로도 보완의 여지가 많다. 좡 총감은 “이번에 공개한 바이플러스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고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시험작”이라고 말했다. 관람객 중에서도 “완벽한 실감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이 나왔다. 더 시급한 과제는 장비의 대중화다. 소비자가 TV나 모바일 기기로 실감 나는 VR 쇼핑을 즐기려면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라 불리는 전용 안경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알리바바가 바이플러스 체험객에게 착용토록 한 대만 HTC사의 장비는 7000위안(약 120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면서도 쓸 만한 VR 장비의 보급은 시간문제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좡 총감은 자신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기자에게 보여 줬다. 겉으론 평범해 보였는데 단추를 눌러 펼치자 VR용 안경으로 변신했다.


2년여 전부터 VR·AR을 연구해 온 알리바바는 올 3월 전담 조직인 VR 실험실(GM Lab)을 출범시켰다. 올 2월에는 VR·AR 관련 기술을 가진 미국의 벤처기업 매직리프에 7억9350만 달러를 구글·퀄컴 등과 공동 투자했다. 바이플러스는 그런 연구와 투자가 낳은 첫 작품이다.


알리바바가 VR 쇼핑 플랫폼인 바이플러스를 공개한 것은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상하이 세계박람회장에서 주최한 ‘조물절(造物節)’ 행사를 통해서였다. 이 행사는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입점한 기업들의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 업체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상품들을 선보이는 일종의 박람회였다. 올해 처음 개최한 이 행사에 ‘조물’이란 이름을 붙인 데서 알리바바의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해 여태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알리바바 경영의 본질이란 의미다. 이는 최근의 행보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바이플러스 공개보다 2주일 앞서 알리바바가 발표한 ‘RX5’는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인터넷 운영체제(OS)인 윈(Yun)을 자동차에 장착한 스마트카다. 윈이 장착됨으로써 자동차는 교통수단으로서의 본질적인 기능은 물론 ‘달리는 디바이스’ 기능을 추가하게 됐다. 이는 스마트폰이 전화 통화란 기본 기능 이외에 이전까지 컴퓨터의 몫이던 다양한 기능을 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알리바바는 꼬박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RX5를 시장에 내놓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 관계자에게 스마트카와 VR 쇼핑에 이은 다음 작품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빅데이터, 지문·얼굴 등의 생체인식기술, 인공지능(AI)에 연구인력을 집중 투입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말로 구체적인 답변을 대신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과거 300여 년 과학의 발전은 늘 새롭고 다른 걸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을 해도 완성은 없다. 20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왜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지 읽을 수 있는 말이다. 끝없는 도전과 혁신, 이는 알리바바뿐 아니라 바이두와 텐센트 등 중국의 인터넷 산업을 이끌어 가는 다른 기업들에도 공통되는 현상이다.


상하이·항저우=예영준 특파원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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