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엔 녹물, 경기장엔 포클레인…리우는 공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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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을 앞둔 브라질 리우의 시내 곳곳에선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다. 브라질 정부는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만 명이 넘는 무장병력을 배치했다. 사진은 뒷마무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올림픽 선수촌 전경.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박린 기자]

“한동안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더군요. 좀 당황했습니다.”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선수촌. 한국 사격대표팀의 김준홍(26)은 이렇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역도 69㎏급 은메달리스트인 이배영(37) 역도대표팀 코치도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했지만 이번 숙소가 가장 열악하다. 객실 내 비치품도 거의 없다 ”고 말했다.

개막 1주일도 안 남은 올림픽
수영장 등 경기장도 완공 못해
미디어센터 앞 호수에는 악취
테러 등 치안 불안 문제도 여전
호주 대표팀, 사설 경비업체 고용

1조7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리우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 각국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호주 대표팀은 화장실이 막히고 배관시설에 가스가 새자 입촌을 거부했다가 최근 다시 들어갔다. 필리핀 여자 탁구선수 얀얀은 “지난 24일 입촌했는데 온수가 사흘이 지나고야 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000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잇따른 문제는 노동자들의 태업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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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을 동원해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박린 기자]

리우 올림픽 개막이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리우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수영 경기가 열리는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듯 바깥으로 큰 소음이 흘러나왔다. 올림픽 선수촌과 경기장을 연결하는 육교 공사도 진행 중이다. 미디어센터 앞 호수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브라질 정부는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내 곳곳과 주요 시설에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배치했다.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는 소총을 든 군인들이 곳곳에 서 있고, 도로 곳곳엔 장갑차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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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들이 막바지 건설작업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박린 기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리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000건이 넘는다. 사만타 레인 시드니 모닝 헤럴드 기자는 “호주 대표팀 일부 종목은 사설 경비업체를 고용했다. 브라질에선 군인보다 사설 경비업체가 더 믿을 만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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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사다리차까지 동원해 경기장 조명탑을 손보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박린 기자]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용의자 1명이 29일 검거됐다. 연방 경찰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주엔 테러 용의자 12명이 체포됐다. 아르헨티나 클레이 사격 선수 페데리코 힐은 “브라질 정부의 테러 대비는 미흡하다. 선수와 가족들을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언론 오 글로보는 리우 올림픽 티켓 5만 장이 반납됐다고 전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남반구인 브라질의 8월은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다. 모기 개체가 줄었다. 29일 밤 기온은 섭씨 17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선수촌 마트에는 모기 퇴치제가 맨 앞에 진열돼 있다.

리우=박린·김지한·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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