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 김나현 기자의 블링블링] 성공한 '덕후'의 '덕밍아웃'이 흐뭇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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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혜영 인스타그램]

최근 흥미로운 이벤트 소식을 접했다. 하나는 배우 류혜영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리즈(2013~, 이하 ‘오뉴블’)에 출연한 배우 우조 아두바와 루비 로즈를 만난 것.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까지 올렸다.

한껏 신난 류혜영의 함박웃음엔 ‘덕후’의 기쁨이 뚝뚝 묻어났다. ‘#성덕인증’이라는 해시태그도 잊지 않았다. ‘성덕’은 ‘성공한 덕후’의 준말. 지난 3월 그는 SNS에 “‘오뉴블’을 열심히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홈웨어 차림으로 어린 조카를 무릎에 앉힌 채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는 모습이 얼마나 친근해 보였던지.

이번 만남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넷플릭스 소셜미디어팀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또 하나는 배우 류준열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함께하는 시네토크다. 신작 ‘태풍이 지나가고’(7월 27일 개봉) 개봉에 맞춰 고레에다 감독이 내한하며 준비된 행사다.

수입사 티캐스트 측은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개봉 당시 류준열은 고레에다 감독의 시네토크를 보기 위해 안재홍과 극장을 찾았고 손편지도 전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류준열은 고레에다 감독의 대표작 ‘걸어도 걸어도’(2008)를 “내 인생의 영화”로 꼽으며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류준열은 바쁜 일정을 쪼개 7월 28일 씨네큐브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덕질’이란, 매니어 이상의 열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을 파고드는 일을 가리킨다. 두 ‘성덕’의 행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훈훈해진다.

영화·TV 드라마·소설 등 특정 문화 콘텐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스타의 ‘덕밍아웃(덕후와 커밍아웃의 합성어)’은 자신의 취향을 알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대단히 높지 않은 다양한 콘텐트를 팬들에게 소개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누군가의 순수한 애정을 발견하는 기쁨도 적지 않다. 사랑을 받기만 할 것 같은 스타가 보여 주는 의외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덕질’을 통해 그들이 배우로서 보여 줄 새로운 가능성까지 기대하게 됐다면 과찬일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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