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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의 '섬뜩한 미소'…"중복 장애인을 구했다" 억지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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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희대의 살인마 우에마쓰 사토시. [사진 AP]

19명의 장애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일본 희대의 살인마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26)가 취재진들을 향해 활짝 웃었다. 27일 오전 가나가와(神奈川)현 사가미하라(相模原)시 쓰구이(津久井) 경찰서에서 요코하마 지검을 향해 출발하던 호송차 안에서다. 푸른 점퍼로 얼굴을 가린 채 8명의 경찰관에 둘러싸여 차에 오른 뒤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피며 미소를 지었다.

전날 새벽 장애인 시설 쓰구이야마유리엔에 침입해 저항할 힘조차 없는 19~70세 남성 9명과 여성 10명을 흉기로 살해하고 26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데 대한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었다. 일본 민영방송 TV아사히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우에마쓰는 범행 이후에도 거침없이 장애인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 송치에 앞선 경찰 조사에서 “중복 장애인을 구했다”고 진술했다. 지적 장애와 정신·신체 장애를 함께 가진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것을 오히려 도와준 거라며 미화했다. 그러면서 “후회하지 않지만 유족들에게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엔 동료 직원에게 “중증 장애인은 살아도 별 수 없다. 안락사 시키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중의원 의장 공관에 “일본을 위해 장애인 470명을 말살하거나 장애인이 안락사 할 수 있는 세계를 바란다”는 편지를 전달했다.

살인 예고의 구체적인 내용도 속속 드러났다. 그는 중의원 의장에게 보낸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 중 ‘작전 내용’이라고 제목을 단 부분에 “직원이 적은 야근에 결행하겠다”, “지키는 직원은 결박용 밴드로 꼼짝 못하게 묶어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없게 한다”, “직원은 절대로 해치지 않고 신속하게 작전을 실행한다”, “2개 시설의 260명을 말살한 뒤 자수한다”고 적었다. 이어 “심신 상실에 의한 무죄를 요망한다. 체포 후 감금은 최장 2년까지로 하고 이후 자유로운 인생을 보내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전후(戰後) 일본에서 발생한 최악의 살인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신고를 받고 맨 처음 시설에 도착했던 고이즈미 신지(小泉伸二) 쓰구이 소방서 경비과 주간은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방에 들어가니 입소자들이 침대와 바닥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다”며 “살아 있는 사람들도 패닉 상태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떨면서 복도에 웅크리고 있었다. 무아지경이었다”고 증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우에마쓰는 총 5개의 흉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경찰에 자진 출두했을 때 소지한 가방에서 과도 등 3개의 칼이 발견됐고 사건 현장에서 피 묻은 흉기 2개가 추가로 수거됐다. 그는 장애인들이 잠을 자던 거주동 1층의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들어간 뒤 1~2인용 방들을 돌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목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강한 살의를 지니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경찰은 27일 우에마쓰가 홀로 살던 집을 압수 수색했고 사건에 연루된 단서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가나가와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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