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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천년 살아온 강산
허리 아픈 이 가난을
한 줄기 임진강이
비단 띠를 둘렀는데
그 강이 비수가 되어
남과 북을 갈랐는가.
세월의 강머리에
내가 흘로 올라서면
억수로 퍼붓는 비
캄캄한 밤 횃불 들고
임신난 선조 임금님
동진하는 배가 뜬다.
아는 이 아리라만
모르는 이 꽃놀이 터
남한산성 말 없단들
삼전도야 뜻 없으리
북벌의 피맺힌 한도
이 강물엔 잠기고.
강물이 죄가 있나
둘러쳐진 저 철조망
끊어진 다리하며
울다 멎은 철마하며
상잔의 목발을 짚고
6·25가 가고 있다.
우리는 이 강물에
무슨 소릴 듣고 있나
충무공 그 술누야
녹두장군 백산죽창
서울의 부야성 까지를
한 귀 속에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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