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듯 말 듯, 경기회복…수출 소비 투자 등 일부 지표 개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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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흑야(黑夜)가 끝날 징조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오로라에 불과한 것일까. 한국은행의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 발표 결과 수출·소비·투자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큰 틀의 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다.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7%로 3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의 0.5%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정부와 한은이 재정, 통화정책을 시행해 간신히 경기 악화만 막은 수준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국내총소득(GDI)이 분기 기준으로는 5년여만에 처음 감소했다는 사실도 뼈아프다. 1분기에 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에 -0.4%로 추락했다. 2011년1분기 이후 분기 기준으로는 5년3개월 만에 첫 감소세다.

하지만 희망적인 징후들도 일부 포착됐다. 일단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1.1%)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수출은 0.9% 상승 반전했다. 다만 수입(1.9%)이 더 많이 늘어나는 통에 교역조건은 다소 악화했다. 수입 증가율이 높았던 건 2분기 원유가격이 1분기에 비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1분기 -0.2%에서 0.9%로 상승 반전했다. ‘소비 절벽’이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로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소비가 회복됐다”며 “공연 관람객이 늘고 문화 서비스 항목이 증가세를 보인 건 5월 임시공휴일 지정의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 및 기타서비스는 전기 대비 2.8% 상승했다.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1분기 -7.4%에서 2.9%로 반전했다. 설비투자의 증가는 통상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쳤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점들을 두루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상황이 나쁜 건 아니라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김 국장은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한은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은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2.7%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GDI도 1분기에 3%라는 큰 폭의 상승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일 뿐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4.4%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의 수치 개선만으로 전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그나마 재정·통화 정책 덕택에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라도 높아지면서 추가 하락을 막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뿐 경기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며 “일부 항목은 개선됐지만 전체적인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려우며 정부가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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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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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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