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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에 말없이 총으로 지시"|동승 김규영씨가 말하는 도서기관 납치경위 본사와 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레바논대사관 도재승서기관 납치사건의 유일한 현장증인인 김규영행정관(31)은 31일 낮과 1일새벽 두차례에 걸쳐 본사와 전화인터뷰, 피랍순간의 생생한 목격담을 전해왔다. 다음은 김행정관이 일문일답을 통해 밝힌 미스터리 납치극의 현장과 순간.
◇납치 순간=내가 차를 운전했고 옆에 도서기관이 타고있었다. 상오8시쯤 숙소를떠나, 도서기관의 세 아이를 아메리칸 커뮤니티스쿨에 데려다주고 해안도로를 따라 대사관앞 25m지점에 이르러 커브길에서 좌회전하자마자 녹색벤츠 한대가 기다리고 서있었다. 급정거를 하니까 괴한4명이 차에서 내려 총으로 위협, 도서기관을 차에서 내리도록 했다.
겁에 질린 도서기관이 차에서 내렸고 나는 운전석에 그대로 앉은채였다. 괴한들은 도서기관을 소련제 칼라시니코프 기관단총으로 위협, 벤츠의 트렁크에 강제로 태웠다. 그리고나서 내가 그대로 앉아있던 차에 다가와 키를 뺏은후 기관총을 발사, 차의 오른쪽 앞바퀴와 뒷바퀴를 터뜨리고 달아났다. 이때 나는 차안으로 몸을 숙여 피해는 입지않았다.
범인들이 나를 납치하지않은 것은 외교관이 아닌 운전기사로 여겼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도주=납치범들은 도서기관을 태우자마자 해안도로를따라 북쪽으로 도주했다. 나는 타고있던 푸조305형차에서 내려 대사관으로 달려가 김지진대사에게 즉각 납치사건을 보고했다.
◇4인조 납치범=검은 두건을 쓰고 복장은 모두 상하의 옅은 갈색의 민간인 복장이었다. 괴한 4명중 2명은 기관총을 들고 있었으며 2명은 권총을 들고 있었다.
범인들은 전혀 말을 하지않고 총기로만 지시했다.
◇법행동기=레바논이 남북한 동시 수교국인데 범인들이 도서기관을 납치한 이유를 모르겠다. 북한인들이 관련됐는지는 모르겠다.
◇사건현장=사건당시 주위에는 대사관경비를 위해 레바논당국이 배치한 경찰관1명이 25m떨어진 정문부근에있었으나 도움을 받을수 없었다.
◇대사관과 숙소=대사관이있는 곳은 람레트엘바이다지역으로 숙소가 있는 사나이야지역에서 3km쯤 떨어져있다.
도서기관은 사나이야의 다나빌딩 10층방2개까리 아파트에서 가족과함께 살고있으며 나는 옆건물인 리야드건물10층에 혼자 살고 있다.
매일 아침 내가 차를 운전, 같이 출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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