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아 3000명 돌본 윤학자 여사 기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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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소프라노 김미옥·박계·김선희(왼쪽부터)씨와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사진 광주시]

지난 23일 오후 3시쯤 일본 도쿄 산토리홀의 보조공연장인 블루로즈홀. 광주광역시에서 온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3명의 소프라노(박계·김미옥·김선희)가 공연을 마치자 4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오케스트라는 예정에 없던 3곡을 추가로 연주했다.

1919년 7세 때 한국 온 일본인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도쿄 산토리홀에서 추모 공연

이날 관객석은 일본의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과 ‘윤학자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관계자, 도쿄 시민, 재일교포 등으로 채워졌다. ‘한국 고아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고 윤학자(1912~68) 여사는 본명이 다우치 치즈코(田內千鶴子)인 일본인이었다. 1919년 목포시청 관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목포로 이주했다. 이후 교사로 근무하다 고아들을 돌보는 시설 ‘공생원’에 들어가 아이들을 보살폈다. 그의 손을 거쳐간 고아가 3000여 명이나 됐다. 윤 여사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2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오사카·고베·교토 지역에서 형편이 어려운 재일교포와 일본 노인들의 생활공간인 노인홈과 고아원을 운영 중인 ‘마음의 가족’ 초청으로 이뤄졌다. 윤 여사의 아들인 윤기 이사장이 이끄는 이 복지법인은 오는 10월 도쿄에서 또 다른 시설의 개소를 앞두고 있다. ‘마음의 가족’이 세계적으로 음향시설이 뛰어난 산토리홀을 빌려 공연을 개최한 이유는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3명의 소프라노가 기회가 날 때마다 일본을 찾아 위문공연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유정(60) 단장은 “윤 여사의 희생과 박애정신을 한·일 양국이 다시 한번 공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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