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수급자 92.5% “생활에 직접 도움”…노인 빈곤 개선에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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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사람만이 노년의 여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인들도 상당수다. 정부가 저소득 노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년 전 마련한 기초연금제도가 어렵게 생활하는 노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제도 시행 성과와 연금 사용 패턴을 살펴봤다.

기초연금 제도 시행 2년
수급 대상자 454만 명 넘어
65세 이상 빈곤율 48%→44%
식비·주거비·의료비 순 활용

나이가 들면 소득이 감소해 가계경제가 위축된다. 2015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32만원이다. 40~50대(347만원)의 38%에 불과하다. 소득이 줄어든 만큼 지출도 줄어 생활은 할 수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미래가 불확실한 노인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선 연금과 같은 수입원이 필요하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꾸준히 소득이 있고, 아픈 곳이 없다면 큰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는 노인의 경제생활에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기초연금제도는 2014년 7월 시행됐다.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최고 20만4010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매월 최고 20만4010원 지급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44.8%에 달한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 문제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근로소득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서는 생활하기 힘든 사회다.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는 시행 초기 424만 명에서 지난 3월 454만 명으로 30만 명 늘었다. 수급 대상자의 90%가 20만원 정도를 지원받는데 수령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5%가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노인 빈곤율과 관련한 사회적 지표 개선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2014년 4분기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이전소득(생활보조비나 연금 등)은 7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0만원) 늘었다. 상대적 빈곤율(44%)은 전년 동기(48%)보다 하락해 기초연금이 가계소득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변화는 정서적 안정감이다. 기초연금으로 생활이 안정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 경우가 많다. 최선열(75·여·전북 정읍시)씨는 몸이 아픈 날이면 걱정에 밤잠을 설쳤지만 기초연금을 받은 후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최씨는 “몸이 아파 일을 나가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했는데 기초연금을 받은 뒤로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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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수령으로 마음의 여유와 삶의 활력을 되찾은 최선열씨(왼쪽)와 엄승삼씨.

노후 정서적 안정에도 한몫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면 노년 생활은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 엄승삼(71·부산시 금정구)씨는 40여 년을 일궈온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신용불량자가 됐다. 삶의 의욕을 잃었지만 얼마 전 기초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았고 직장을 알아보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들은 보건복지부의 만족도 조사에서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병원 가는 부담이 감소했다’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됐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당당해졌다’ 등을 생활변화 요소로 꼽았다.

수급자들은 기초연금을 어느 분야에 가장 많이 사용할까.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연금제도 시행 초기에는 주로 의료비로 사용했다. 그 다음으로 식비나 주거비 등 생활비로 썼다. 해가 지나면서 의료비 비중은 크게 줄었다. 시행 첫해인 2014년 의료비 지출은 44.2%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엔 26.5%로 줄었다. 반면에 식비는 30.2%에서 40.2%로 크게 늘었다. 주거비도 15.8%에서 29.9%로 증가했다. 의료비 지출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생활비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남녀의 사용 형태도 차이를 보였다. 남성(43.6%)이 여성(38.2%)보다 기초연금을 식비로 많이 지출했고, 여성(30.2%)은 남성(19.8%)에 비해 의료비 지출 비중이 컸다. 연령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기초연금을 의료비로 많이 사용하고, 연령이 낮고 소득이 높을수록 식비와 주거비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부터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기준금액이 월 소득 93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완화됐다. 기초연금 수급 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했더라도 완화된 기준에 맞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몸이 불편한 주민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신청하면 담당자가 집을 방문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이 저소득층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초연금 정보 제공을 의무화한 시행령 개정에 따라 대상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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