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첫사랑의 떨림을 기억하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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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속의 불씨처럼 꺼진 듯 보이나 언제든 바람 한줄기에 다시금 불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첫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다음달 2일 시작하는 SBS 미니시리즈 '첫사랑'(연출 최윤석,극본 고은님, 토.일 밤 9시45분)에서 신성우(35.사진)가 맡은 '이준희'는 바로 그 첫사랑의 환영 때문에 모든 걸 버리는 남자다.

조소과 교수인 그는 14세 연하의 제자 희수(조안 분)에게서 대학시절 첫사랑의 모습을 발견한 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린다. 그러나 준희는 10여년 이상 친부모처럼 돌봐준 아버지 친구의 딸 서경(김지수 분)과의 결혼을 피할 수 없는 처지.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제자와 불륜에 빠지는 역할이죠. 하지만 불륜이 아닌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MBC '위기의 남자'(2002년 4월), '위풍당당 그녀'(2003년 3월)에 이어 세번째로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신성우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설정 때문에 전작에 비해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렵긴 하다"며 "하지만 늘 그랬듯이 평소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연기하려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약간은 어눌한 말투, 쓸쓸한 눈빛, 좀처럼 변화가 없는 표정의 '신성우 표' 연기는 연기라기보다는 그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는 얘기다. '첫사랑'에서 준희의 직업이 조소과 교수로 정해진 것 역시 그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라는 제작진의 배려였다고 한다.

연기자이기 이전에 정상급 가수인 신성우는 원래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여러 차례 그룹전에 참여하기도 했단다. 물론 그는 자신의 본업이 음악임을 잊어본 적은 없다. 극중에서 준희와 희수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치로 등장하는 노래를 신성우는 직접 만들었다.

"노래는 제 인생의 전부죠. 하지만 연기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재밌어요. 드라마가 끝나는 가을까지는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살 겁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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