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호의 재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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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지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늘 좌절을 예상하는 것이다.
29일의 미국우주왕복선 챌린저의 참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인류가 우주탐사에 나선 때로부터 위험에 대한 인식은 이미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우주탐사모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오직 인간적인 욕구로 해서다.
인간의 역사는 실로 도전의 역사다. 그는 끝없이 지식을 추구하며 미지를 극복하려 몸부림치는 동물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이래 그것은 인류의 숙명 같은 것이다.
좌절하나 결코 굴복하지 않고 계속 추구·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1961년에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소련우주인「가가린」은 『지구는 파랗다』는 말을 남겼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외계로부터 처음으로 조장해 보았던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때 이후 인간의 우주 탐색은 인간의 꿈과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위대한 도전의 기록으로 점철되고 있다.
아폴로11호에 탔던 미국의 우주비행사는 지구의 위성인 달에 첫발을 디디었다.
1981년에 우주왕복선 콜럼비아는 우주실용비행의 시대를 열었으며 83년부터는 우주왕복 정기항로시대를 연 챌린저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 챌린저가 「도전자」라는 뜻을 가진 우주선이었던 것도 의미심장하다.
도전자는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실패를 담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거의 불확실한 게임에 임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챌린저는 결코 신뢰성 없는 투기수는 아니었다. 그것은 현대과학이 만들어 놓은 최첨단기술의 산물이었다.
엔진은 고도정밀기계공학의 결정체였고 그 조종·운항은 초대형컴퓨터가 맡았으며 대기권진입 때 발생하는 고열에 견디기 위해서는 파인 세라믹스기술로 만든 내열타일이 쓰였다.
5만의 세계유수기업이 납품한 2백만가지 이상의 부품이 조립된 12억달러(1조8백억원)짜리 조직공학의 예술품이었다.
이른바 1천만분의1의 안전도가 보장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는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일인이상 「완전」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의 완벽이란 것은 사실은 믿을 것이 못된다. 그것은 한순간 완벽했으나 다음 순간 결함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또 인간을 뛰어 넘는 우주자연환경의 작용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인간의 도전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불완전한 능력을 부단히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챌린저의 실패는 현실적으로 지구인의 비탄과 모든 우주개발계획의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위험을 알면서 도전할 줄 아는 동물이다. 챌린저에 이어 디스커버리, 아틀랜티스 등 우주왕복선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1992년에 우주기지 이용을 목표로 한 원대한 우주개발계획이 백지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챌린저의 비극은 우주에 도전하는 인간과학의 오만에 신이 냉정한 징벌을 가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그 비탄과 좌절의 아픔을 견디며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가질 것이다.
인류의 꿈과 인간한계의 확장을 위해 그것은 영원한 인간의 과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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