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문 경동고가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좌완 이준호(18)의 호투를 앞세워 19년만에 제5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16강에 진출했다.
경동고는 1959·60년 고교야구 최강팀이었다. 백인천·오춘삼·이재환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이 있었던 경동고는 2년 동안 전국대회 우승 세 차례, 준우승 한 차례를 차지했다. 특히 셋이 3학년이었던 60년에는 친선경기를 포함해 전승을 거두는 신화를 달성했다. 백인천은 훗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큰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경동고의 전통은 오래 가지 못했다. 두 차례 해체와 재창단을 거치면서 팀이 약화됐다. 특히 프로야구 출범 이후 큰 성공을 거둔 선수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이 거의 유일하다. 경동고는 대통령배와도 인연이 없다. 1997년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한 번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뛰어난 학생들이 덕수고·서울고·장충고 등 우수 학교로 몰려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기 어려워서다. 강현철 경동고 감독은 "상대적으로 다른 서울 팀들보다 넉넉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훈련량과 의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언더독'인 경동고 선수들의 의지는 강하다. 주말리그에서 5승7패로 선방했던 경동고는 대통령배 1회전에서 부경고를 상대로 7-0으로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경동고는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전주고에 7-0,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5-0으로 앞선 7회 말 2사 만루에서 이규석이 승부를 결정짓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규석은 "코치님 말씀대로 정확하게 맞추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두 경기 연속 콜드게임승을 거둔 강현철 감독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선발 이정훈을 3회만에 내렸는데 이준호가 잘 막아줬다. 규석이도 귀중한 한 방을 쳤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말대로 이준호는 이날 뛰어난 투구를 했다. 2-0으로 앞선 4회 무사 1루에 등판한 이준호는 4이닝 동안 안타 1개, 볼넷 3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키 1m70㎝의 이준호는 최고 시속 130㎞에 머물렀지만 자신있는 투구로 타자들과 싸워 이겼다.
이준호는 비교적 빠른 수유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프로야구 한화에 입단한 이종사촌형 김기현(현 경찰청)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이준호는 "'키만 좀 크면 좋겠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슬라이더는 자신있다. 3학년인데 프로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번 대회 목표는 4강"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