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전철, 몸집 작아도 기관사 없이 시속 80㎞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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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통하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21일 공개됐다. 열차는 서구 오류동에서 남동구 운연동까지 29.1㎞를 잇는다. 자동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사진 인천시]

21일 오전 10시 인천도시철도 2호선 인천시청역 지하철 승강장. ‘뿌~’하는 소리와 함께 전동차가 들어왔다.

30일 개통하는 2호선 미리 타보니
2량만 연결해 운행, 속도 빨라
총 27개 정거장 48분 만에 이동
흔들림·쏠림 심해 승차감 아쉬워

오는 30일 개통하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경전철이다. 2량 1편성으로 이뤄진 열차는 8량으로 이뤄진 기존 지하철 차량보다 작았다. 승강장도 기존 지하철 역사(길이 200m)의 절반 수준인 80m다.

하지만 속도는 빨랐다. 인천시청역에서 마지막 정거장인 운연역까지 6개 정거장을 이동하는데 1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 직무 대행은 “시속 70㎞로 달리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달리 2호선은 80㎞ 속도로 달린다”며 “크기는 작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3분, 평소에는 6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인력 수송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정식 개통을 9일 앞두고 이날 언론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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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2호선은 서구 검단오류역에서 인천시청을 거쳐 남동구 운연역까지 29.1㎞를 잇는다. 인천 서북쪽에서 남동쪽까지 27개 역사를 48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사업비로 국비 1조3069억원 등 2조2581억원이 투입됐다. 기존 지하철보다 규모가 작은 만큼 탑승 정원은 일반 전동차(8량 기준 992명)의 21%인 206명이다. 길이 17.2m, 폭 2.65m로 기존 지하철 전동차(길이 18m, 폭 2.75m)보다 작다. 가장 큰 특징은 자동 무인운전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기관사는 없지만 전동차 앞쪽에 열차 속도 표시기와 제어기 등이 장착된 무인 운전대가 있다.

안전 장비도 갖췄다. 차량은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제작했고 안에는 폐쇄회로 TV(CCTV)와 소화기, 화재감지기, 종합관제실과 바로 연결되는 인터폰 등을 갖췄다.

비상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원격제어 시스템도 있다. 교통공사는 무인운전 시스템 도입으로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시민들을 위해 오는 10월 말까지 전동차를 관리하는 안전요원을 1명씩 배치할 예정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안전요원이 빠진 이후엔 승객들이 조작할 수 없도록 무인 운전대를 철판으로 막아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차감은 좋지 않았다. 덜컹거림이 심했고 빠른 속도 탓인지 열차가 출발하고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마다 반동으로 몸이 휘청거렸다.

특히 오르막길로 이뤄진 인천대공원 구간을 이동할 땐 몸이 뒤로 쏠려서 좌석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넘어질 것 같았다.

이광호 사장 직무 대행은 “만차가 되면 중량감이 있어서 흔들림이 덜할 것”이라면서도 “안정화 기간 후에도 승차감이 나쁘다면 속도를 1호선처럼 시속 70㎞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천교통공사는 하루 평균 10만8000명이 2호선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암역은 공항철도, 주안역은 경인국철 1호선과 연결된다. 인천시청역도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이어져 있다. 2020년 서울도시철도 7호선 석남역까지 개통하면 환승역이 4곳이나 된다.

인천시는 2호선 개통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호선의 전체 27개 역사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 역이 들어서는 서구지역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서구는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검단신도시 등이 있지만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수익시설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2호선 개통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구 지역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서구 왕길동에 있는 삼일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 2억4000만원에 거래되던 32평형 아파트가 현재는 3억원으로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광호 사장 직무 대행은 “2호선 개통으로 서구에서 남동구까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던 것이 30분으로 줄어든다”며 “ 승객 수가 늘어나면 기존 2량 1편성인 전동차를 4량 1편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까지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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