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째 떡집 경영|만드는 떡 종류 30여 가지…단돈 천 원 어치라도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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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친정 어머니한데서 떡 만드는 법을 배울 때 행여 떡장수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냐』는 윤옥순씨(57). 떡집 주인노릇 29년째에 접어든 요즘은 불과 1시간만에 쌀 한말을 깜찍하고도 먹음직스런 송편으로 둔감(?)시킨다며 웃는다. 그 동안 질시루가 양은시루로, 연료는 연탄에서 석유로 바뀌고 절구질도 모터로 하는 등 떡 만드는 방법이 크게 변했으나 떡이란 역시 손맛을 뺄 수 없는 것이어서 손놀림이 기계 못지 않게 빨라졌다고.
전에는 대개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떡을 요즘 주부들은 조금씩 사다먹고 결혼·회갑·고사 등 큰일 때면 떡집에다 아예 맞춰버리는 경향이어서 윤씨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바빠진다.
결혼·소풍·고사철인 봄·가을은 물론이고 여름·겨울에도 결혼하는 사람들이 흔해서 1년 내 한가한 틈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때로는 하루에 쌀10가마 분량의 떡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날은 윤씨와 함께 일하는 남편·아들·점원이 밤새워 살을 불리고 떡을 찌거나 빚어도 일손이 모자라 쩔쩔맨다고.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추석과 음력설날 같은 고유의 명절이 떡집 주인한테는 가장 바쁜 대목이란다.
『서양식 빵이나 케이크에 밀려 점차 우리가 떡 맛을 잊어 가는 게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야유회 때마다 떡을 꼭 준비하는 예가 흔하고 선물용으로도 떡의 인기가 여전한걸 보면 우리 민족에 있어서 떡의 매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윤씨. 수많은 떡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자신이 유독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좋은 쌀을 쓰고 비록 1천 원어치를 전화로 주문하더라도 가능하면 꼭 배달해주는 친절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떡이 별 떡 있지 사람은 열 사람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떡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그가 주로 만드는 떡은 송편·약식·인절미·두텁떡 등 30여가지.
그러나 옛 조상들이 큰 잔치나 회갑에 꼭 쓰던 소위 갖은 방물, 즉 갖은 색떡 만드는 법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이것저것 할일 많은 주부들이 떡은 떡집에 맡겨서 번거로움을 덜려는 거야 이해가 가지만 일단 떡 만드는 법이라든지, 어느 경우에 어떤 떡을 차려야 하는지 정도는 상식이 아니냐』고 「요즘 주부들」을 꼬집는 윤씨.
수입에 대해서는 『남편과 아들이 모두 고되게 일하는 대신 벌이는 웬만한 월급장이들보다 나은 평』이라고만 밝힌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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