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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탁구 현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앳된 용모에 가냘픈 체격. 언제나 생글생글 잘 웃는 16세 소녀는 탁구대 앞에서는 순간 무섭게 달라진다.
눈에서는 투지의 불꽃이 치솟고 얼굴의 표정 변화는 사라진다.
스매싱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유연한 몸놀림은 날렵한 표범을 연상케 한다.
제2의 이에리사를 꿈꾸는 최연소 국가대표 에이스 현정화(부산계성여상).
양영자(제일모직)이후 뚜렷한 재목을 찾지 못해 부심하던 탁구 계는 1년도 채 못되는 사이 국내최강으로 뛰어오른 현의 출현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기고 있다.
지난해1월 웨일즈오픈 탁구대회에서 비록 2진급이기는 하지만 중공을 꺾고 단체전 우승을 따내면서부터 주니어무대의 톱 스타 현정화는 성인무대에 등장,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7월 국가상비1군에 편입되면서부터 지금까지 4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우승 3번, 준우승 1번을 기록했다.
통산 23승 4패의 엄청난 승률.
12월 최고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패권을 따냈고 금년 들어서도 지난 l8일 탁구최강전 1차 챔피언 전에서 우승했다.
이선(코카콜라) 김영미(동아건설) 등 강호들이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를 당하고 있다.
탁구인들은 「88올림픽의 주역은 현정화」라고 굳게 믿고있으며 일부인사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약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여세를 몰아나간다면 당장 86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도전의 기대를 걸만하다고 내다본다.
현은 펜홀더 전진속공수. 빠른 박자 공격을 펼치면서도 범실이 적은 안정된 플레이어다.
경기의 흐름파악에 밝고 순간순간 적응력이 뛰어난데다 배짱까지 두둑해 많은 점수 차는 없어도 항상 2∼3점 리드 끝에 이기는 기복 없는 선수다.
대표팀의 박종대감독은 『속공선수로서는 스피드가 조금 부족하다. 이의 보완에 역점을 두고있다』고 말한다.
전 대표팀감독 김충용씨는 『서브가 단조롭고 선제공격력이 비교적 미흡한 점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선수』라고 평한다.
홀어머니(김말순·46) 슬의 3녀 중 둘째. 항상 기도를 잊지 않는 독실한 크리스천.
동갑나기 홍차옥(경일여고)이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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