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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개시」 초읽기서 극적 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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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인장 집행을 둘러싼 신민당의 농성사태는 2박 3일만인 12일 여야 협상의 타결로 막을 내렸다.
협상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일요일인 이날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정부·여당 당정회의와 신민당 측의 제3자를 통한 총무회담 요청이 있고 부터-.

<당정회의>
○…12일 상오 9시부터 열린 당정회의에는 민정당 측에서 정순덕 총장·이세기 총무, 정부측에서 김성기 법무장관·서동권 검찰총장 등이 참석, 신민당 측과 정치절충을 시도해보되 타결되지 않을 경우는 이날을 넘기지 않고 구인장 집행을 강행한다는 강경한 내용이었다는 후문.
당정회의 도중 고위층의 전갈을 받고 모처로 자리를 옮긴 이날의 제2차 당정회의에서는 「정치적 타결」이 강조돼 다소 희망적인 전망도 있었으나 『이날은 절대 넘길 수 없다』는 데도 라인이 그어져 상황에 미루어 볼 때 구체적 작전개시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2차 회의 후 이 총무는 상오 11시쯤 의장공관에가 이재형 의장에게 정부·여당의 입장을 설명.
한편 이재환 국회 사무총장은 농성장인 신민당 총무실 등에 캔(깡통) 음료수는 반입을 허용하면서도 병은 금지시키도록 방호원(수위)등에게 지시, 「유사시」에 대비.
한편 비슷한 시간 김동영 신민당 총무는 이 의장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한편 이재환 사무총장을 통해 이 민정당 총무에게 회담을 요청.

<1차 총무회담>
○…이에 따라 이세기 민정·김동영 신민당 총무는 하오 3시 18분부터 5시 20분까지 여의도 M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하오 6시 30분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회담에서 이 총무는 『식사는 했느냐』 『춥지는 않더냐』는 등 여유를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 총무는 『다른 사람은 밖에 못나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춥더라』고 했는데 이 총무가 『아예 40도를 넘도록 해서 뛰쳐 나오게 할 것을 그랬지』라고 농담.
또 이 총무가 『이제 고생 그만하고 집으로 가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말을 받자 『민정당이 먼저 깨달아야할게 많다』고 되받았다.
대화를 하는 동안 중간 중간 고성이 문밖으로 흘러나와 저간의 상황을 짐작케 했는데 『…집행할…』이라는 이 총무의 말에 이어 『그럼 뭣하러 회담을 하느냐』는 김 총무와 고함이 둘리기도.
○…1차 회담을 끝낸 김 신민당 총무는 곧바로 국회에 돌아왔으나 이민우 총재가 마침 자리를 비우고있어 이중재·김수한 부총재 등에게 회담결과를 보고.
김 총무는 △구인장 문제는 없던 것으로 하고 △신민당 의원뿐 아니라 신민당이 고발한 민정당측 인사도 같이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며 △불기소되도록 국회의장-여야총무가 앞장서서 정부와 대화노력을 하자고 제의했다고 설명.
김 총무는 『이에 대해 이 총무는 △내주 중 구인장이 발부된 사람과 구인장이 발부 안된 사람 모두 자진 조사에 응하면 구인장을 유보할 수 있으나 △민정당측 인사가 조사에 응하는 것은 의논해봐야 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노력에는 공감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여야 대화통로가 트인 12일 농성장은 다소 여유를 되찾은 모습.
이민우 총재가 하오 잠시 운동과 목욕을 하고 오는 등 20여명만을 제외하곤 수시로 의사당 밖에서 휴식.
구인 대상자인 장기욱·김정길 의원은 하오 3시쯤 『바람을 쐬러』 의사당 밖으로 나가려다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검찰 수사관들이 잡으러 달려들자 기겁을 하고 농성장 안으로 줄행랑.
이어 장 의원은 정문경비실로 전화해 자신을 잡으려던 수사관중 책임자인 서울지검 수사과장 박성식씨와 통화한 후 귀빈식당으로 초대해 『고생한다』며 차를 같이 들었다. 두 사람은 장 의원의 검찰 재직시 함께 근무한바있는 사이.
신민당 의원들의 농성엔 식사·음료수 등으로 하룻밤 1백 50만원 꼴이 들었다는데 대부분 김 총무와 총무실이 부담.

<2차 총무회담>
○…2차 총무회담은 하오 7시부터 8시 40분까지 저녁식사를 해가며 진행.
10분쯤 먼저 도착한 김 총무는 1차 때 입은 T셔츠 콤비대신 정장차림.
2차 회담이 시작된 지 1시간여만인 하오 8시 5분쯤 김 신민당 총무는 국회 총재실로 전화를 걸어 이중재 부총재에게 합의문 초안을. 구술하면서 총재단의 최종 재가를 요청.
이에 이 부총재는 부총재들을 급히 불러모아 총재단-당 6역의 확대간부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민우 총재는 이때 심한 감기몸살로 총재 비서실에서 때 이른 수면을 취하고 있어 사전의견 조정에는 불참. 이 부총재는 하오 8시 20분쯤 열린 회의에서 김 총무가 불러온 합의문 초안을 들려주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김수한 부총재만이 『합의했다가 여당에 의해 깨진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합의문 3항에 총무들의 공동노력에 이 의장이 같이 노력한다는 구절을 넣어야한다』고 다소 제동을 걸었을 뿐 대부분 참석자들은 긍정적 반응.
김 부총재는 또 『사실상 진일보한 것은 여야 공동조사뿐인데 이 총재를 깨워서 같이 얘기해보자』면서 계속 회의적 태도.
그러나 이 부총재는 『내가 김 총무의 연락을 받았는데 총재가 몸도 편찮으시니 우리끼리 사전의견 조정을 한 뒤 총재를 깨우자』고 했고, 이기택 부총재·유제연 사무총장 등 대부분 참석자들은 『여야 협상의 공신력 제고와 관련, 의장문제는 총무가 충분히 설득하려고 노력했을 테니 총무에게 협상의 재량권을 주자』고 타결 쪽으로 유도해 결국 합의문 초안을 수락하기로 결정.
이어 이 총재도 나온 회의에서 김 부총재의 주장대로 「의장 주재 하에 여야 총무가 노력한다」는 내용을 여당측에 요구키로 하고 이 사실을 의장 공관에서 기다리던 김 총무에게 전화로 통보.
협상이 타결될 것 같다는 소식에 농성 중이던 신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반가운 표정.

<합의문 발표>
○…한편 의장 공관으로 온 이 민정당 총무는 이 의장에게 합의사실을 보고한 후 모처에도 전화보고.
전화보고 중 문밖으로 『…아닙니다. 사건번호가 다른데요…』라는 이 총무의 얘기가 흘러나와 같은 날 동시에 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
이재형 의장의 「입회」하에 합의문서를 발표하는 이 민정·김 신민당 총무는 상기된 모습들.
이 총무가 합의내용을 읽고 나자 김 총무는 『농성은 당장 풀 것』이라고 말했고 이 의장은 『오뉴월 볕도 쬐다가 물러나면 섭섭하다는데 오늘밤 하루 더 있지…』라고 김 총무에게 조크.
김 총무는 『그러면 내친김에 하루만 더 있을까요』라고 말을 되받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
신민당의 하룻밤 농성에는 음료수·식대 등으로 1백 50만원씩 들었다는데 김 총무와 총무실이 이를 부담했다는 것.
이 의장은 또 『수고하셨다』는 기자들의 인사에 『자기들끼리 다해 놓고 나서 나는 입회만 시킨 것』이라며 총무들은 치켰세웠고. 기자들의 『민정당쪽 조사대상자에 이 의장도 포함되느냐』고 물은 데 대해 이 총무가 민망스런 표정을 짓자 『당연하지. 나도 국회의원이야. 국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데…』라고 흔쾌히 답변.
이 총무는 당초 이날 상오 의장을 방문했을 때 중재노력을 요청함과 아울러 불가피하게 구인 팀이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경비대 및 방호원·경위들과 충돌이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 의장도 더는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다는 후문.

<농성해제>
○…김 신민당 총무는(합의문 발표 후) 곧바로 농성장으로 되돌아와 의원총회를 소집, 합의문 3개항을 발표한 뒤 농성해제를 선언.
공개리에 진행된 회의에서 김 총무는 『만족한 해결은 아니지만 상대가 있고 우리로서는 앞으로 해야할 과제가 너무 많은 만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절충했다』고 설명.
이어 이민우 총재도 『불만족하겠지만 이해해 달라』면서 『이나마 여러분이 일치 단결해 해동해준 덕』이라고 의원들의 노고를 치하.

<김현일·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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