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나선 40대 여성…경찰·시민과 추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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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XX버리겠다’는 말과 함께 차를 끌고 나간 40대 여성이 경찰·시민의 추격전 끝에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3일 오후 11시30분쯤 경기남부경찰청 112상황실로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조울증을 앓던 아내가 ‘딸(6)과 함께 X겠다’며 차를 끌고 어디론가 나갔다”는 내용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아 몹시 흥분한 상태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은 A씨 차량에 수배를 내렸지만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A씨(41)는 수십㎞ 거리를 달려 광명시내로 질주 중이었다. 지령을 받은 광명경찰서 광남지구대 한영진(53) 경위·송승훈(41) 경사는 곧 반대차선을 달리던 A씨의 차량을 발견한 후 그대로 유턴해 뒤쫓기 시작했다.

“차량을 세우라”고 방송했지만 A씨는 시속 90㎞ 이상 속도로 계속 질주했다. 잠시 후 신호대기 차량 뒤로 A씨 차량이 멈춰서자 경찰은 얼른 순찰차에서 내려 A씨의 차량 앞 차 운전자에게 뒤로 후진해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1차로로 우회하면서 경찰관을 친 후 또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정지신호가 바뀌기도 전이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앞을 그대로 질주하는 등 아찔한 상황은 계속됐다. 한 시민이 다급한 마음에 A씨 차량을 향해 가방까지 던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 때 옆 차로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택시가 갑자기 A씨 차량을 뒤쫓기 시작했다. A씨는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 옆으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는 등 곡예운전으로 택시를 따돌리려 했지만 3㎞쯤 후 자신의 차량 앞에 선 택시에 결국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따라온 순찰차는 A씨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1·2차선에 대각선으로 걸쳐 정차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연락해놓은 119구급대도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차문을 열지 않았다. 경찰·구급대는 40분여 동안 A씨와 휴대전화로 대화하며 안정을 시켰다. 안산에서 남편까지 도착하자 결국 A씨는 차량에서 나왔다. 다행히 딸은 무사한 상태였다. A씨는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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