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우리나라 바다 1331곳의 날씨, 3시간마다 사흘치 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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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화 기상청장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바다에도 주소가 있을까. 육상의 도로명 주소 같진 않지만 바다에는 해구(海區), 말 그대로 바다를 일정하게 나눠 놓은 해상 구역이 있다. 우리나라는 주변 바다를 50×50㎞의 격자로 나눠 총 1331개 해구번호를 매겨 놓았다. 해구번호는 해양산업 관련 종사자의 안전한 항해와 조업에 유용하도록 간단한 번호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기고 │고윤화 기상청장

그렇다면 바다의 일기예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현재 해상의 일기예보는 먼바다와 앞바다 구역을 대상으로 광역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어민이나 선박업체 등 관련 종사자의 민원 제기가 많았다. 해상예보는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급작스러운 해상 날씨 변화로 인해 해양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가 크다. 최근엔 선박 좌초, 유류오염 같은 해양사고가 대형화하면서 국가적인 재난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해상예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금까지 먼바다와 앞바다의 광역 해상 구역으로 제공하던 단기 해상예보를 이달 1일부터 바다의 주소 즉, 1331개 해구별로 오늘~모레까지의 해상예보를 홈페이지에 제공한다. 기존에 오전과 오후로 나눠 발표하던 정보를 3시간 간격으로 세분화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유의 파고·풍향·풍속 정보에 파도의 방향(파향)과 파주기를 추가해 총 5종의 해상 날씨정보를 일반 국민과 해양 유관기관에 제공한다.

이달부터 기상청 홈페이지에 제공
이번에 새롭게 제공되는 해구별 상세한 해상 날씨정보를 통해 다양하고 세분화된 해양 날씨정보를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영세 어민의 안전한 조업과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수출입 물동량의 98%를 담당하는 대형 선박의 경우 해상의 강풍·태풍·고파 같은 위험 기상이 예상될 때 선박 정박, 피항지 선정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안전운항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바다의 경제적인 이용 가치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해양 기상에 대한 요구와 수요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해구별 해상 날씨정보는 해양 유관기관이나 수요자가 원하는 해역의 자세한 날씨를 제공해 관련 종사자의 다양한 니즈와 정보 가치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의 기상 예보는 단순한 기상 예·특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다양한 분야에 기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실질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기상청은 해양 기상 수요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해상 날씨 서비스를 확대하고, 동시에 일반 국민과 유관기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해양 영향예보의 기틀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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