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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 합동군사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주 중 실시될 미국·중공 합동 「기회훈련」(passing exercise)은 그 실질적 내용이 양국 함정의 신호교환·합동항해 등 극히 단순하고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 전술적 의미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이번에 벌이게 될 미·중공 합동훈련은 팀스피리트와 같이 실전을 방불 하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하는 전략적 훈련과는 다른 「기회훈련」이다.
이런 훈련은 우호적인 관계의 타국 함대와 해상에서 조우(encounter)했을 때 상호보급이나 급유를 목적으로 실시된다. 미 해군에서 독자적으로 개발, 최근엔 세계 해군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서로 다른 용어의 통용을 위해서도 요긴하다. 그러나 이 훈련에서 진일보하면 이해가 일치하는 제3의 가상적에 대해 함포 사격이나 대 잠수함 공격을 위해 훈련까지도 합동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미·중공의 함대는 여기까지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현저하게 강화된 소련의 군사적 영향력에 대한 미국·중공의 이해일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정치·전략적 의미는 자못 크다.
먼저 훈련장소로 예정된 남지나해의 지리적 중요성과 시기를 주목하게 된다.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소련 군사력의 북방센터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방센터인 베트남을 연결하는 하나의 직선대는 소련의 동아시아-서태평양 전진방어선이 돼있다.
이 군사 전략선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소련은 동부 시베리아와 베트남의 기지에 해·공군력을 강화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13년만에 군사원조를 재개한 대가로 소련 군용기의 영공비행권과 항구 기항권을 얻어냈다.
미·중공 합동훈련이 벌어질 남지나 해는 바로 그 군사통로를 남단에서 차단하는 위치에 있다.
그곳은 또 소련의 캄란기지(월)와 미국의 수빅기지(비), 그리고 중공의 남해함대 사령부(담강)를 연결하는 3각형의 중심점이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남지나해가 현대사회의 생명선인 오일 루트라는 점이다.
중동과 동남아에서 한국·일본·대만·홍콩·필리핀에 공급되는 원유는 멜라카 해협을 거쳐 모두 남지나해를 거치게 돼있다.
미국이 월남에서 철수하고 그곳에 소련군사기지가 들어선 이후 이 통상로는 소련군의 사정거리 및 출격권 안에 들게되어 자유세계로서는 그 방위가 중대한 군사적 과제로 돼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중공은 서로 상대를 가상적으로 하는 적대국이었다. 그러나 월남전 종결 이후 중공은 한때 연미항소 노선을 추구, 미국과의 밀착을 시도했었다.
미국과 중공 내부의 반대세력에 견제되어 중공의 세계전략이 3강 등거리 노선으로 바뀌면서 미·중공 협력관계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양국이 소련과 베트남을 똑같이 가상적으로 하고있음은 명백하다. 이번 훈련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은 그같은 공통점 때문이었다.
이번 훈련은 두 나라의 상이한 장비와 무기의 체계를 어느 선에서 어떻게 연결시켜 맞춰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도 어느 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중공 훈련이 미국의 힘을 빌어 군을 근대화하려는 중공의 욕구와 이중제소로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덜려는 미국의 기본적인 의도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처음으로 실시되는 양국합동훈련이 소련을 자극하여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경쟁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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