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사오정] 박지원·우상호, 비슷한 일정 속 다른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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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18일 일정은 제목만 조금씩 다를 뿐 주제는 같았다. 박 위원장(오른쪽)과 우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9시 각 당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18일 일정은 비슷했다. 일정 제목만 다를 뿐 주제는 같았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은희 의원과 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했다. 이날 오후 2시엔 국회에서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와 성주대책위와 면담했다.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당 비대위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오전 11시 국회 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와 성주대책위와 만났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의 일정보다 앞서 이들과 만났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오후 3시엔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검찰개혁 방향과 과제 세미나’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이와같이 박 위원장과 우 원내대표는 비대위회의 참석·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와 성주대책위 면담·법조비리 세미나 등 같은 주제의 일정을 한날 같이 소화했다. 결국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같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기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위)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9시 국회 각 당에서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일정은 비슷하지만 서로 입장차로 인해 충돌하기도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묻겠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보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안보를 집권 전략으로 이용하는 것도 큰 문제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드 배치도 막고, 거리에서 무작정 반대를 외칠 수밖에 없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최소한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 사드 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고민하고 내놓아야 할 때다”라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국민의당은 정부가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이 사드 배치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내 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아울러 야권 동조로 정부가 국회에 사드 비준 동의안 제출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자고 거듭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 소속 참석자들을 기다리며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여기서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자기 당 입장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은 존중할 일이다. 근데 연일 이런 저런 주문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각을 세웠다. 이어 “우리가 아무 생각 없는 게 아니고 지도부가 신중론으로 입장 정리한 건데 경우에 따라서 우리가 당론 정하는 사항도 정하지 않는 사안도 있고 그게 정치적 판단인데 그걸 갖고 압박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문제를 논의하는 여러가지 공간을 열고 문제를 지적하는 일을 우리 당이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열린 공간에서 국민의당 입장을 이야기기하면 되지, 우리 당을 새누리당 대하듯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11시 국회 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와 성주대책위와 만났다(위).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들을 이날 오후 2시에 만났다. 박 위원장 왼쪽은 노광희 성주군의회 의원, 오른쪽은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재동 현 성주군 농민회 회장. 조문규 기자

이들은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와 오전·오후에 걸쳐 따로 만났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이들을 만나 “국민의당은 일관되게 사드배치를 안보·군사·정치·경제·외교·실효적 사유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사드 괴담도 반대하고 있다. 어떤 폭력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에 앞서 노광희 성주군의회 의원,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재동 현 성주군 농민회 회장을 만난 우 원내대표는 “안보 이슈라 하더라도 지역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해서 군민들이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잘못됐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우 원내대표에게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선 그게 없다”며 “우상호 대표가 분명히 이 점을 확정해 달라”고 건의하기도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과 과제 세미나’ 안내책자와 우상호 원내대표의 축사 페이지, 오른쪽은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책자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축사 페이지. 조문규 기자

이들은 검찰개혁에선 한목소리를 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 안내책자 축사를 통해 “최근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대형 법조비리사건은 견제받지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참사였다”며 “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닌 범죄행위라는 사실도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줬다”고 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요구한 것은 검찰의 권력남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함이었다”고 덧붙였다.

우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방향과 과제 세미나’ 안내책자에 실린 축사에서 “최근에는 ‘정운호 법조 게이트’ ‘진경준 주식 로비 의혹’ ‘서울지검 검사 자살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더 이상 검찰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며 “검찰개혁이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것‘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세미나에는 당의 중앙위원회의와 시간이 겹쳐 참석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주제로 하루를 보낸 이들 박 위원장과 우 원내대표는 결국 이날 오후 7시 ‘서울신문 광장 개장식' 행사에서 만나며 같은 주제로 일정을 끝낸다.

조문규·김현동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