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에게 희망 주는 '제3의 물결' 온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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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달 별세하면서 ‘제3의 물결’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1980년대 펴낸 대표적인 저서 『제3의 물결』을 통해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어 정보화 혁명을 예견했다. 이는 적중했다.

항암 치료에서도 ‘제3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치료제는 최근 등장한 면역항암제. 1세대 화학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나온 3세대 항암치료제다. 면역항암제는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흑색종·폐암 등에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임상연구에서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된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면역항암제로 치료했더니 환자의 51%가 1년간 생존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면역항암제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우리 몸 안의 자연적인 힘이 진정한 의사”라고 말했다. 이미 기원전 300~400년께부터 인류는 몸 안의 자연적인 힘, 즉 면역체계를 통한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의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우리 몸의 힘을 활용해 암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암세포는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세포를 비활성화시킨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로 인해 비활성화된 면역세포를 다시 활성화하거나 암세포로 인한 면역세포의 비활성화 자체를 방지한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게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내 몸이 스스로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기존 항암제인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를 없애는 과정에서 일부 정상 세포까지 파괴한다. 반면에 면역항암제는 몸이 암세포를 찾아내 싸울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면역항암제로 치료하면 환자가 일상생활을 지속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을 만큼 부작용이 작고 독성이 약하며 생존율도 높다. 일단 약에 치료 효과를 보이면 면역세포가 가진 기억능력 때문에 약효가 지속돼 장기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암 완치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면역항암제 처방 이후 면밀한 부작용 관찰 및 관리가 필수다. 면역반응과 관련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폐암은 다른 암보다 조기에 잘 발견되지 않아 진단 시 이미 3~4기인 환자가 많다. 폐암 중 가장 흔한 나타나는 비소세포폐암의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 미만에 그칠 정도로 완치가 어렵다. 올해 ‘니볼루맙’이라는 면역항암제가 국내 최초로 승인받은 이후 보다 많은 폐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제3의 물결’이 시작됐다. 필자의 환자 중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더 이상의 치료 방법이 없던 폐암 말기 환자가 한 번의 면역항암제 치료로 걸어서 진료실을 찾을 만큼 효과가 뛰어나다.

폐암 치료의 제 3의 물결인 면역항암제로 폐암 완치의 시대를 열 것인가. 히포크라테스의 예언이 맞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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