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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책 적혀있는데…황 총리 수첩 실종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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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총리가 지난 15일 성주 사드 배치 설명회 당시 분실했던 수첩과 휴대전화, 양복 상의. [사진 오상민 기자]·[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오후 6시15분쯤 경북 성주군청 앞 광장. 한 주민이 갤럭시S7 흰색 스마트폰을 바닥에 놨다. 그러곤 바닥에 떨어져있던 찢어진 짙은 감색 양복 상의에서 하늘색 수첩을 끄집어내 빠르게 손으로 넘겼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양복 상의와 휴대전화·수첩이었다. 이 과정은 현장의 기자들 카메라에 잡혔다.

15일 성주 시위 피하다 잃어버려
주민이 넘겨보자 도의원이 제지
4시간 이상 지나 총리실에 전달

황 총리는 이날 사드 배치 설명회를 위해 성주를 찾았다가 거센 반발 속에 버스에 6시간가량 갇혀 있었다. 이후 주민을 피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수첩이 든 양복 상의를 잃어버렸다. <본지 7월 16일자 3면>

황 총리의 휴대전화와 수첩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17일 경북경찰청과 성주군에 따르면 당시 한 경북도의원이 주민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수첩 등을 건네받았다. 그러곤 현장에 있던 한 경찰에게 넘겼다고 한다. 경찰의 손에 들어간 시간은 6시40분쯤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성주군 관계자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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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안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프랑스 테러와 터키 쿠데타 등 최근 국제 정세 관련 대응 방안과 국민안전대책 등을 논의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프리랜서 공정식]

경찰은 대구에 있는 경북경찰청을 거쳐 황 총리의 휴대전화와 수첩 등을 서울 총리실로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전달했다고 한다. 성주에서 서울까지 3시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시간 이상 국무총리의 비밀스러운 휴대전화와 수첩이 주민과 경찰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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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수첩의 표지엔 ‘국무총리실’ ‘<업무>’라고 쓰여 있었다. 수첩 안에는 손글씨로 쓰인 ‘사드 배치 5가지 대응방안(환구시보)’ ‘사드 배치 한·미 동맹 차원에서…개시 결정’ ‘개성공단 자금 노동당 유입 경로 39호실’, 한·미 연합훈련 일정 등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한 글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국가테러대책위원회 회의 내용까지 보였다. 휴대전화는 ‘패턴’으로 잠겨 있었다.

경북경찰청은 정확하게 몇 시에 수첩 등을 총리실에 다시 전달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15일 국무총리에 대한 경비 자체가 엉망이었고 심지어 경북경찰청장까지 다쳤다. 그 자체만으로 부담스러운데 휴대전화 등을 전달한 정확한 시간을 경찰이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성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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