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미술관 소장 도자기명품전⑦|청자상감운학국모란문매병<보물558호·높이 31.2×입지름 7×밑지름 14.5cm·12세기 중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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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경성<미술평론가>
얼마전 볼일이 있어서 대만엘 다녀왔다. 그때 틈을 내서 고궁박물관에 들러 중국의 명품에 접하였다. 그중 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송나라 자기가 여덟개 따로 진열된 것을 오랫동안 감상하였다. 그때 나는 이들 송나라 청자가 세계를 향하여 아무리 뻐겨도 우리의 고려청자도 그에 못지 않은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새삼 느꼈다.
특히 상감청자는 송나라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한국적인 독창품이다. 돌아와서 호암 갤러리에서 때마침 개최되는 「도자기 명품전」 을 보았다. 고궁박물관에서 송자를 본 그 눈으로 바로 고려청자를 보았던 것이다. 우리들의 도자기가 얼마나 당당하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것인가를 실감하였다. 특히 이 「청자상감운학국모란문매병」 의 아름다움은 한층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보물 558호로 지정되어서가 아니라 고려의 상감청자가 지니고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명품이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형태·색채, 그리고 문양의 세 관점에서 감상하다면, 이것이야말로 완전한 의미의 아름다움을 실현하고 있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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