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어떤 거울을 봐야 하는가, 불멸의 영웅 25명 비교 분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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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호 14면

『군주의 거울-영웅전』 저자: 김상근 출판사: 21세기 북스

8세기 무렵부터 중세 유럽 사회에서는 탁월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특별한 인문과정이 개발됐다. 장차 일국의 장래를 책임질 왕자들이 본받아야 할 ‘거울’과도 같은 리더의 모델을 제시하는 ‘군주의 거울’이다. 그리스와 로마 문헌에서 ‘길 없음의 시대’, 즉 정치·사회적으로 암흑과도 같은 아포리아 시대를 헤쳐나간 뛰어난 군주와 장군들의 기록을 찾아내 거울을 들여다보듯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또 무엇을 배우지 말아야 하는가를 분석해 리더십 교육에 사용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만약 오늘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진짜 하고 싶을까? 스스로 던진 이 질문에 ‘노’라고 대답하는 날이 계속 이어지면서 나는 직감했다. 무엇인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행위는 현재 내가 어디에 있으며 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수시로 인생의 좌표를 확인하는 ‘숙고하는 삶’이다. 그래서 인문학이라는 거울이 필요하고, 리더의 자격과 역할이라는 북극성이 필요한 것이다.


전작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에서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 같은 그리스 고전을 재해석해 우리 시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성찰하는 삶’을 다뤘던 김상근 교수가 이번에는 플루타르코스의 『비교 영웅전』의 방대한 사료를 통해 ‘행동하는 삶’에 대해 역설한다.


나폴레옹이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비교 영웅전』은 두 사람의 영웅, 장군, 왕, 정치 개혁가, 수사학자 등을 짝지어 비교한 것이 특징이다. 그것도 그리스 사람 한 명과 로마 사람 한 명을 짝지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 비슷한 업무를 수행했거나 성격이 비슷한 사람, 혹은 역사적 업적이 유사한 인물을 대비시키는 방식이다.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타고난 리더십뿐 아니라 부하를 감동시키는 성품으로 세계를 정복해 나갔지만, 로마의 정치인 카이사르는 주도면밀하고 탁월한 전략을 가졌음에도 권력에 대한 야심으로 파멸한다.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오스는 검소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반면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폼페이우스는 오히려 자신을 높임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는다.


김 교수는 플루타르코스가 다룬 50명의 인물 중 절반인 25명만 추려내 불멸의 영웅이라 불렸던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운명과 그 경계를 가르게 한 결정적 요인들을 상세히 분석해 냈다.


3부작으로 계획된 ‘군주의 거울’ 시리즈는 향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재해석한 『군주의 거울, 군주론·궁정론』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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