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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똑똑하게 즐기기] 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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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카직영 영등포점에서 차량평가사와 소비자가 중고차 매물을 둘러보고 있다.

경제학에선 중고차시장을 ‘레몬시장’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레몬은 ‘겉으로 보기엔 예쁘지만 속은 하자가 있는 상품’을 뜻한다. 다시 말해 판매자는 물건의 상태를 알 수 있지만,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알 수 없는 시장이란 뜻이다. 그렇다 보니 미디어에도 중고차 사기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1형사 서도철(황정민)과 미스봉(장윤주)이 부부 행세를 하며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고급 외제차를 산다.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 중고차 판매상은 부부 몰래 차에다 위치 추적기를 단다. 그리곤 부부의 뒤를 쫓아 주차한 차량을 다시 훔쳐간다(영화 [베테랑] 중에서).

3년 된 무사고 차량이 가장 경제적... 불필요한 액세서리는 차량 가치 낮추는 요인

#2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마동석)은 중고차를 사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린다. 사기꾼 양정도(서인국)는 백성일에게 “500만원에 팔겠다”며 계좌번호를 보낸다. 백성일은 의심 없이 돈을 입금했지만 양정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곤 백성일에게 전화해 “티 쪼가리 사는 것도 아니고 얼굴은 확인했어야지. 그 나이 먹도록 어리숙해서 어떡하냐. 다음부터는 직거래 하지 말고 딜러 통해 사라”고 약을 올린다(OCN 드라마 [38사기동대] 중에서).

어떻게 하면 속지 않고 좋은 중고차를 살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해야 내 차를 가능하면 높은 값에 팔 수 있을까. 중고차 중개 업체인 SK엔카직영을 통해 중고차 시장 똑똑하게 즐기는 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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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중고차 고르려면?

먼저 새겨야 할 건 ‘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는 것. 중고차시장에서 동급 매물보다 시세가 많이 낮다면 하자가 있거나 허위·미끼 매물일 확률이 높다.

가장 경제적인 중고차는 ‘3년 탄 무사고 중고차’다. 차량 평균 교체 주기(3년) 직후가 공급 물량이 가장 많고 신차에 비해 감가율(가격이 떨이지는 정도)도 가장 유리하다. 연 평균 2만~2만5000km 정도 뛰었다면 엔진에 무리 없이 주행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은 ▶주행거리 조작 여부 ▶사고 침수 여부 ▶압류·근저당 설정 여부 ▶소유주·판매자 관계 ▶자동차세 완납증명서 등이다. 중고차를 산 후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고·침수 여부를 확인하려면 보험개발원의 ‘사고이력 조회’를 이용하면 된다.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1회 보험처리 금액이 200만원 이상이면 사고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침수차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모든 문·창문을 닫고 에어컨·히터를 작동시켜 악취 여부를 확인하고 내부 시트에 곰팡이 흔적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진흙 흔적이나 물때를 체크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확인하려면 중고차 구매 전 인터넷으로 매물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판매 딜러에게 각종 서류(자동차등록증·성능점검기록부)를 요청해야 한다. 이 서류를 토대로 각 자동차 브랜드의 AS센터나 교통안전공단 검사센터에서 검사이력(주행거리·연식 등)을 확인하면 된다.

압류·근저당 설정 여부를 확인하려면 구청·차량등록사업소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조회해야 한다. 소유주·판매자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선 인감과 자동차등록증을 확인한다. 차량 명의자와 판매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판매자가 다른 경우엔 인감을 날인한 위임장이 있는지 살펴본다. 자동차등록원부와 함께 체크하면 더욱 확실하다.

중고차는 맑고 밝은 날 평평한 실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봤을 때 기우뚱하게 서 있다면 사고로 인한 차체의 변형이나 쇼크 옵쇼버 고장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외관은 운전석 앞문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꼼꼼하게 확인한다. 햇빛에 비췄을 때 도장 표면이 고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주변과 다른 색상이 나타난다면 교환·판금·도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엔진룸에선 각종 오일의 상태와 누유 여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타이어는 차량 성능·승차감·안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부품이다. 타이어 홈의 깊이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마모 한계선에 근접한 경우 교환해준다. 외관 점검을 마치면 실내에 탑승해 차량을 점검한다.

시동을 한 번 걸어보고 가속 페달을 밟는 수준에서 확인을 끝내선 안 된다. 변속기 레버를 P에 두고 가볍고 길지 않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떼 엔진분당회전수(RPM) 게이지가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이 자연스러운지 확인한다. 중간에 눈금이 떨리면서 올라가거나 내려간다면 엔진을 점검해야 한다.

이 외에도 창문은 제대로 열리고 닫히는지, 와이퍼와 공조장치, 조명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되도록 시승을 해보는 것이 좋다. 비전문가인 개인이 차량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한계가 있다. 믿을 만한 중고차 매매 업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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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제 값 받고 팔려면?

전문가들은 같은 중고차라고 하더라도 관리 상태와 판매 시기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좋은 중고차를 사기 위한 노하우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곧 중고차를 높은 값에 팔 수 있는 방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잘 관리한 차가 제 값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고차는 같은 연식·차종에 같은 등급이더라도 주행거리와 사고 유무, 차량 상태 여부에 따라 가격이 좌우된다. 자동차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구입한 순간부터 잘 보살펴 주는 것이다.

먼저 해마다 운행거리를 지정해 이를 지키도록 한다. 1년에 2만㎞ 정도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 안전운전은 필수다. 사고로 인한 차량 수리는 평균 시세에서 큰 감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흠집은 제 때 수리해야 한다.

주차를 하다 보면 살짝 긁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 긁힌 부분이 범퍼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철판에 도색한 부분이 긁혔다면 적어도 차페인트라도 발라줘야 한다. 철판 흠집을 그냥 놔두면 녹이 슬어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차량 매각을 앞두고 있다면 별도 비용을 들여 수리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흠집이 있는 차는 다소 가격이 깎이기는 하지만 차량 소유자가 별도 비용을 들이는 것보단 그 폭이 훨씬 적다. 차량 가격을 좌우하는 항목에서도 잔 흠집은 큰 감가 요인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딜러는 구입한 모든 차를 계약 업체를 거쳐 싼 값에 수리한 후 되팔기 때문에 잔 흠집까지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액세서리는 차량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별도로 고가의 오디오를 장착했다 하더라도 처음 장착했던 순정 오디오를 찾아 달지 않으면 순정 오디오 가격만큼 차량 가격이 내려간다.

운전대와 배기구·타이어·휠, 차고 낮춤 등 과도하게 튜닝한 차량도 원상태로 복원하지 않으면 감가 요인이 된다. 특히 ABS·에어백 등 순정 부품을 공급받기 어려운 부분을 교체했다면 가격 협상에 매우 불리하다.

튜닝차 가격을 보상받고 싶다면 법인을 통하는 대신 동호회나 개인 거래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게 낫다. 다만 가죽시트처럼 정품과 동일한 제품을 외부에서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제품은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떤’ 차를 파느냐 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 파느냐다. 개인 직거래와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 개인 직거래는 차량 값을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거래가 이뤄질 때까지 개인의 시간·노력이 많이 든다. 직거래를 할 땐 반드시 매수자 본인 명의의 보험가입과 소유권 이전을 확인해야 한다.

돈만 받고 차량을 넘겼는데 매수자가 교통 법규를 위반하거나 교통사고를 냈다면 차주가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직접 팔 땐 거래에 필요한 서류(자동차등록증·지방세완납증·인감증명서 등)를 준비해야 한다.

매매업자가 제시한 매입가에 동의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이후 소유권 이전과 보험 해지를 진행한다. 이 때 명의이전을 즉시 완료해 소유권 이전을 완료한 등록증을 확인해야 한다. 판매 가격은 직거래보다 불리할 수 있지만 간편하고 신속한 장점이 있다.


[박스기사] 늘어나는 중고 수퍼카 거래 - 시세 파악 어려워 전문 업체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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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수퍼카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오픈마켓인 SK엔카닷컴이 최근 3년 간 자사 홈페이지(www.encar.com)에 등록된 수퍼카 대수를 집계한 결과, 올 상반기에만 총 1608대가 등록돼 전년 동기(952대)보다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같은 기간(606대)과 비교할 땐 165%나 등록대수가 늘어난 것이다.

등록대수가 늘어나면서 수퍼카가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4년 상반기만 해도 SK엔카 전체 등록 자동차 중 0.12%가 수퍼카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수퍼카 비중이 0.34%로 커졌다.

SK엔카는 현재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마세라티·페라리 등 8개 브랜드를 수퍼카로 분류하고 있다. 판매 대수가 가장 많은 수퍼카 브랜드는 포르셰였다. 포르셰는 올 상반기에만 1128대가 등록되며 SK엔카 전체 수퍼카 등록 대수의 70%를 차지했다. 포르셰 중에선 뉴 카이엔(313대), 파나메라(202), 911(187대) 순으로 매물이 많았다.

중고 수퍼카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먼저 판매 대수가 많지 않은 중고 수퍼카는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 시세는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량이 발생해야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인 간 거래보다는 전문성 있는 중고차 업체의 차량 진단을 통해 가격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일반 차량에 비해 색상 및 주행 거리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만큼 더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 한 예로 현재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2012년 5월식 벤틀리 뉴 컨티넨탈 6.0 플라잉스퍼 모델은 색상과 주행거리에 따라 2000만원 가까이 가격 차가 난다.

또 수퍼카의 경우 일반적으로 일반 차량보다 주행거리가 적은 편이므로, 총 주행거리보다는 연평균 주행거리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에 그만큼 혹사 당한 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에 더해진 튜닝이나 각종 옵션도 중고 수퍼카 값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차주 취향에 따라 어떤 튜닝을 적용했는지에 따라 시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제 옵션 장착 여부는 거래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단순한 소모품도 교체 시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구매 후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싶다면 주요 소모품별 교체 주기도 구매 전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박창현 SK엔카직영 서초점 소장은 “수퍼카는 대체적으로 차체가 낮은 차들이 많아 차 하부에 충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까지 국내에선 수퍼카를 정비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 차주를 통해 정비 이력만 꼼꼼하게 확인해도 수퍼카 구매 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 조언했다.

김기환 , 이수기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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