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대학생 중앙이의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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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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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온 평범한 대학생 중앙이가 있다. ‘청춘은 모름지기 자립해야 한다’는 여러 멘토의 말을 매우 감명 깊게 들은 중앙이는 이번 학기부터 부모의 지원을 거절하고 본인 노력만으로 대학 생활을 해 나가기로 한다.

우선 등록금.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앙이가 학기마다 내야 할 돈은 약 368만원이다. 2016년 현재의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6030원이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카페에서 일하는 중앙이는 3개월하고도 10일 동안 하루 6시간씩 일해 등록금을 겨우 마련한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몸을 누일 장소다. 중앙이는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산다. 매달 내는 방세는 42만원이다. 이 돈을 벌기 위해 평일 내내 PC방에서 하루 세 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 여기서도 물론 최저임금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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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다음은 생활비다. 각종 공과금 및 통신비를 포함해 한 달에 약 48만원이 든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중앙이는 또다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근로자가 밤에 일하면 추가수당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5인 이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는 편의점은 예외다. PC방 아르바이트가 없는 주말마다 중앙이는 하루 9시간씩 편의점에서 밤을 새운다. 결국 중앙이는 한 학기 내내 학교 생활과 평일 하루 9시간, 주말 하루 15시간인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물론 중앙이는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생은 지금 중앙이와 매우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비용 역시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올 1학기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학기당 368만원이다. 현재 대학가 자취방의 평균 월세 비용은 42만원이다. 중앙이의 한 달 생활비 48만원도 2015년 조사된 자취생들의 평균 생활비다. 그리고 많은 대학생이 일부 혹은 전부를 충당하려고 공부가 아닌 알바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올해 최저임금이 기대만큼 많이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나 기업, 알바생의 입장이 모두 다르니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더 기운 빠지게 하는 건 따로 있다. 청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수준이다. ‘맞춤형 국가 장학을 통한 실질적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출범한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은 ‘빚이 있어야 청년들이 파이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치인은 “헬조선은 청년 세대의 자긍심이 부족한 탓에 발생했다”며 청년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이래저래, 아플 수밖에 없는 청춘이다.

정순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