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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장―3당대표 회동의 언저리|막힌 정국에 이심전심의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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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요일인 29일 저녁 여의도국회의장 공관에서 있은 의장단·3당대표및 3당총무회동은 이어3당대표끼리 2차모임을 갖는등 일단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
공관회동이 끝난후 이재형국회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종 웃음띤 얼굴로 질문에 응답.
이의장은『정치적 얘기는 별로, 아니 전혀 없었어』라면서도『그럼에도 정치적 답답증을 해빙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냈다면 결국 정치인의 모임다운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거지』라고 말해 무언가 소득이 있었음을 시사.
이의장은『얘기가 답답하게 돌아갔으면 거기서 드러누웠을거야』라고 농담하면서『여야가 앞으로 부드럽게 얘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었다고 본다.』고 설명.
회동에서 이의장은『한해를 보내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새해에는 국가를 위해 무엇인가 남길 수 있는 상을 만들자』며『그 동안 결례되는 일이 있었어도 이해해달라』고 했고, 노대표는『새해에는 이신민당총재와 골프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말했으며 이신민당총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최실장이 전언.
○…이날 3당대표들은 이신민당총재, 이만섭국민당총재, 노민정당대표순으로 도착.
지난 10월15일 노신영총리의 유엔총회참석 환송모임이후 75일만에 처음으로 만난 노대표와 이신민당총재는 서로『안녕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넸다.
3당대표와 총무들은 곧 접견실로 가 간단한 음료를 들며 건강얘기 등으로 환담.
이신민당총재는 이의장에게『다리가 좀 어떠시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의장은『2월말쫌 미국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응답.
이어 이국민당총재가 건배를 제의하자 김동영신민당총무가『감기가 심하게 들어 사양하겠다.』고했고 건배후 이신민당총재도『나도 5일째 감기』라고 했는데 이의장이『어째 신민당만 감기가 들었느냐』고 말해 감시 웃음.
이에 대해 이신민당총재가『신민당이 감기들게 됐지』라며 최근의 상황을 빗대어 언중유골로 응수, 다시 폭소.
이에 노민정당대표가『소금물을 입에 담고 코·눈·귀를 마사지하면 좋다.』며『그래서인지 나는 괜찮다.』고 건강법을 소개.
그러자 이의장이『노대표, 우스운 얘기 하십니다.』라며 이신민당총재를 향해『감기야 사람이 걸리는 거지』라고 농담.
이어 이신민당총재가『노대표가 화를 낼줄 알았는데…』라고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노대표는『둔해서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응수하면서「고장난 비행기에서 슬리핑백을 낙하산인줄 알고 뛰어내렸다」는 서독「콜」수상에 관한 우화집내용을 소개해 폭소.
이 대목에 대해 만찬이 끝난후 이의장은『노대표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기에 원래「노새」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므로 노대표의 성을 빗대어 감기야 사람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이의장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동안 3당 대표들은 용산에 있는 S음식점으로 장소를 옮겨 비밀리에 2차 모임.
당초 2차모임에는 이재형의장도 참석할 예정이였으나 이의장은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공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느라 결국 불참.
이신민당총재는 공관을 떠날때「2차」를 눈치챈 일부 기자들이『장소가 어디냐』고 묻자『삼양동』이라고 자신의 집을 말하면서 곧장 귀가한다고 딴전.
2차 모임은 사전부터 어느 정도 구상은 돼있었던 것이나 1차 의장공관모임에서 이의장이『정국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내가 산파역을 맡겠다.』면서 총무들까지 함께 이석할 것을 제의했으나 총무들은『대표끼리 좀더 진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고사했다는 것.
「2차」는 10시쯤부터 시작해 30일0시40분까지 계속됐는데 모임이 끝나고 30일 상오1시15분쯤 귀가한 이신민당총재는 자택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정치얘기는 일체없이 정말로 망년 술잔만 나눴다.』고 설명했는데 상당히 취한 모습.
이총재는『노대표역시 보좌관문제·예산파동·총무협상과정등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새삼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겠느냐』면서『그분도 정치인인 만큼 얼굴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이심전심이 됐을 것이라고 냉각한다.』고 말해 보좌관문제 등이 이날 모임으로 잘 풀릴것 같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듯.
이총재는 보좌관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우리 보좌관들을 그렇게 고생시켜서 되겠느냐」고 지나가는 말처럼 항의를 하자 노대표가「함께 힘써보자」고 말하더라』고 소개.
이총재는 이어 헌특문제와 개헌서명운동·1월 임시국회등원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오히려 아무 얘기 안하는게 나을것 같았다.』며 의도적으로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총재의 한 측근은『이날은 오랫동안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분위기 조성의 단계이므로 깊은 얘기는 1월초쯤 두사람이 다시 모여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전망.
이총재는 노대표의「대구발언」.이 모임을 어색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우리가 여당을 공격할 때도 별소리를 다하지 않느냐』면서『감정에 앞서 큰 테두리에서 나라걱정을 해야지』라고「대구발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강조.
○…이날의 두차례 모임은 그동안 경색일로를 걷던 여야관계의분위기를 바꿔놓음으로써 차단상태에 있던 대화통로를 수선해 다시 고위정치회담이 열릴 여건을 조성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날 두차례 모임에서『정치적 얘기는 거의 없었다.』는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들이긴 하다.
여야간의 최대 현안인 의사당사태로 인한 신민당의원·보좌관소환사태에 관해서도 신민당측의 조속 해결 요구에 대해『힘써 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정도가 나왔고 구체적인 합의는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
그러나 지난 2일의 민정당예산안 단독처리사태이후 보좌관소환·구속사태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비난해 왔던 험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그런것들을 일단 망년의 모임에서 모두 씻기로 수정하고 얼굴을 맞대기로한것만 해도 중요한 진전이 아닐수 없으며 여야관계를 다시 정상적인 대화체제로 되돌릴 수 있게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표회동에서 의사당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의사당 사태의 악화방지와 조속한 매듭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측도 그동안 맞고소를 피하는등 자제해 왔고 민정당에서도 신민당에 대해 자극적인 처사를 피해줄 것을 내부적으로 은밀히 요망해왔던 만큼 이번 회동이 사태의 해결에 적극적인 도움이 됐을 것은 분명하다
이번 회동의 가장 큰 성과는 아무래도 민정·신민 양당대표가 다시 만날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일 것이다.
예산안단독처리사태후 신민당측 태도를 비판했던 노민정당대표워원도 최근 대화재개의 필요성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것 같은 눈치이고, 이신민당총재도 정국타개를 위한 대표회담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따라서 새해에 들면 민정·신민당의 두대표가 고위회담을 가질수 있는 여건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셈이며 연초의 이 양당대표회담을 통해 연두국회문제등 정치현안들이 풀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남진·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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